제1회 김명배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상을 받았다. 더 좋은 시를 쓰고 향토문학에 많이 기여하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김명배 시인은 공주사대 국어과 20년 선배이시고 천안과 충남의 가장 앞서가는 시인으로 지역 문학의 수준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신 분이다. 소천 2주기에 맞추어 부인이신 이진학 여사와  유가족들의 소중한 뜻으로 문학상이 제정된 것이다.
감사하면서도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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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국 용정 명동촌 윤동주 생가>

김성련 시집《바람처럼》출간!  [오늘의 문학사]

[시인의 말]

겉으로는 비교적 평온한 삶이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늘 바람이 인다. 바람은 셀레임이고 기대감이고 새로움을 향한 바람(望)이기도 하다.

타고난 역마살! 말 띠로 태어난 것이 우연이 아닌 듯싶다. 지금도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산티아고 카미노 길, 마추피추와 이과수, 울루루와 안나푸르나 등을 향한 바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니오타니(neoteny)!

어려서는 천자문千字文을 읽고 고등학교 때는 당시반唐詩班에서 공부하고 대학시절에는 서당을 찾아 논어論語를 읽었던 그 인연이 중국으로 이어진 것은 아마 숙명이었는지 모른다.
3년의 중국 생활은 분명 행운이었다. 티벳 라싸로 실크로드로 운남雲南과 사천四川으로 중원中原과 강남江南, 동북3성으로 참으로 많은 중국을 다녔다. 윤동주의 명동明洞과 구채구九寨溝의 신비한 물빛과 월아천月牙泉의 초승달 호수는 돌아와서 시詩로 남았다. 전에도 산문을 쓰곤 했지만 강한 인상과 진한 울림은 시가 더 어울렸다.

시詩를 생각하고 쓰는 것은 ‘몰입의 즐거움’이다. 가장 진한 ‘나’를 사는 순간이며 동시에 ‘대상’에 가장 긴밀하게 연대된 행위이다. 그 ‘대상’은 사건이기도 하고, 사람이기도 하고, 한 송이 꽃이기도 하고, 어느 장면이기도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의 시가 이 세상에 무슨 의미인가를 생각하면서 졸시卒詩를 묶어 세상에 내놓으려니 두렵고 부끄럽다.

태양이 남회귀선을 돌아 새 봄을 잉태하고 올라오며 새해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바람은 새로운 바람(望)을 불러와 어디로 나를 인도할지 기대된다. 또한 그 종착은 어디일지 궁금하다.

책을 엮어내며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님, 아내 이영이와 가족에게 감사하고, 예쁘게 꾸며 주신 오늘의문학사 이미란 편집장님과 부족한 작품에 과분한 해설을 써주신 구재기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2018년 1월 김성련

 

 

[바람이 붑니다]

룡정 동산 언덕에 바람이 붑니다
스물아홉 생애가 아쉬운 듯
당신은 종일 바람으로 붑니다

천지를 돌다가도
북간도 어머니 그리워
고향에 돌아온 저녁이면
명동집 뒤란에서 선바위 쪽 하늘 보며
하염없이 별을 헤아리더니
바람에 스치우는 별을 헤아리더니

이제 스스로
별이 되고
바람이 되어
청징한 햇살 사이 누비며
유월 푸른 하루를
나그네의 사무치는 가슴속을
당신은 종일 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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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는 기어오른다
높이를 재서 미리
포기하는 따윈 하지 않는다

잡을 게 없을 듯한 직벽도
여름날 덥혀진 열기도
한겨울 얼어붙는 한기도
담쟁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기어오르고 밀어올리고
서로 견고하게 손을 잡고
해마다 조금씩 영역을 넓혀
큰 벽을 온통 그림 그렸다

- 서천 '봄의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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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면 소리없는 소리가 있다
돌담을 타고넘어 갈잎을 빗질하는
바람 속에 무수한 소리가 있다

골목을 내달리는 아이들 웃음소리
물질을 끝내고 돌아오는 아낙들의 즐거운 수다
창문으로 비쳐나오는 호롱불 아래
가족들의 도란도란 이야기
귀 기울이면 그 소리 다 들린다

유채꽃 찬란히 흐드러지던 4.3
생각이 싸우고 말이 싸우고 사람이 싸웠다
사람이 죽고 집들이 불타고
마을은 아비규환

아이를 찾는 여인의 다급한 소리
총 앞에 죽어가는 청년의 외마디
불구덩에서 기는 노인의 통곡

칠백년 마을이 이틀만에 없어지고
긴 세월 서로 회피해 온 침묵
곤을동 돌담 골목에 서면
바람에 실려 그 소리 다 들린다

<곤을동> 제주시 화북1동에 있는 제주 4·3 당시 초토화되어 터만 남아 있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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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다리에서/ 김성련

하늘 푸르고
갈꽃 눈이 부신 날
새들 가지 사이로 날고
버들은 난간을 덮었다
수없는 세월
잎이 피고 또 지고
비 내리고 눈 맞으며
진공 속엔 듯 누워 있다

다리는 오고가는 게 본분이건만
육십여 년의 분단 그러안고
침묵으로 풍화되어 갈 뿐
아무도 밟지 않는다
누구도 건너지 않는다

그날은 여기가 온통 난리였단다
이념 따라 싸우다 포로된 몸
이념 따라 제 나라 찾아가며
건너가고 건너오며
옷 벗어 패대기치며
가장 순수한 양
소리지르고 만세 부르고
온통 난리였단다

가장이 지나고
위선이 태풍처럼 잠들고 난 뒤
다리는 그냥 자연이 되었다
잎이 피고 또 지고
비 내리고 눈 맞으며
분단의 서러움 새기며
온몸으로 삭아왔다

한 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 다리,
이제 옭매친 것 다 풀고
쌓인 것 다 헤쳐 버리고
반가움으로 오고 가는 다리
설레임으로 가고 오는 다리 꿈꾸며
눈길은 북쪽 하늘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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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란 쿠르디에게/   김성련



아가야
이제 고개를 들어라
누워 있지 말고 걸으렴

너에게
시리아, 쿠르드, 터키, IS, 이슬람
그런게 다 무슨 말이더냐
형과 뛰어놀면 그뿐
엄마 품에 안기면 그뿐
누가 검푸른 바다로
너를 내몰았단 말이냐
누가 땅에 금을 긋고
누가 편을 가르고
누가 누구에게
총을 겨누더란 말이냐

아가야
부끄러운 어른들 다 버려두고
이제 고개를 들고 걸으렴
형과 엄마 손잡고
뒤도 보지말고 걸으렴
미움없는 곳으로
사랑만 가득한 곳으르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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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연길에서/ 김성련

 

강산이 변할 시간을 넘어

다시 찾았습니다

 

곳곳에 손때 묻은 배움터

스쳐간 아이들 웃음소리 살아나고

미치는 곳마다 눈때 묻은 풍경

바로 어제인 듯 왈칵 다가옵니다

 

여전히 하늘은 파랗고

초원은 푸르고 강물은 넘칩니다

칠칠하게 자란 옥수수밭은

마을에 이어 익숙하게 능선을 넘습니다

 

일송정 소나무는 몇 자를 자랐고

선구자는 주인을 만나 비암산에 울려퍼집니다

평강들 서전들 동포들이 논 풀은 곳

해란강은 여전히 들을 적셔 풍요를 키웁니다

 

용두레 고을

밝은 동쪽 땅 명동(明東)

별을 사랑한 순수한 청년 시인이 숨쉬었던

그 터전에는 미류나무 바람에 뒤척이고

선바위 멀리 우뚝합니다

 

눈앞에 보고도 넘을 수 없어

오히려 유명해진

눈물 젖은 두만강

두 나라 사이를 흐리게 흐릅니다

 

애단로, 진학로, 조양가

길가로 아파트 치솟는데

서시장 골목길은 어제인 듯 여전합니다

모시이불 파는 아낙네의

사근 익숙한 말씨를 뒤로 하고

발길 재촉하여 떠나오는 길

삼년을 살았던 곳을 사흘만 보고 오는 길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놓칠세라

셔터만 누르고 눌렀습니다

 

눈 감으면 환히 다가오는 그곳

눈 감으면 오히려 쉽게 갈 수 있는 연길은

언제나 애잔한 그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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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한국국제학교 / 김성련

 

강산이 변할 시간을 넘어

다시 찾았습니다

 

곳곳에 손때 묻은 배움터

스쳐간 아이들 웃음소리 살아나고

미치는 곳마다 눈때 묻은 풍경

바로 어제인 듯 왈칵 다가옵니다

 

광복절이 지났어도

햇살이 이마 위에서 부서지던 날

코스모스 흐드러지고

싸리꽃 향기 퍼지던 조양가 2728A

그날도 아이들 웃음소리가

운동장에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계절은

깊고 긴 겨울로

늦게 와서 더 화사한 봄날로

눈부시게 음영 짙은 여름으로

코스모스 사태지는 가을로

그리고 다시 깊고 긴 겨울로

순환했습니다

 

바뀌는 계절 속에서

중국 속의 섬 한국학교는

일년 내내 부산했습니다

한어 영어로 겨루고

동요로 또 겨루고

운동회는 온통 잔치이고

푸른솔 사이로 일송정을 걸었고

축제는 근사한 예술이었습니다

 

그 사이에 새로운 코흘리개들이

작은 의자에 앉아서

일학년을 시작하고

머쓱하게 커버린 고삼들이

둥지를 벗어나 세계로 떠나갔고

아이들은 그렇게 커갔습니다

 

강산이 변할 시간을 넘어

연변학교를 다시 찾았습니다

사람은 물처럼 흘러갔어도

터전은 그대로인데

흘러간 아이들 웃음소리

가슴으로 메아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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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담초꽃/ 김성련 
 
노란 나비가 무수히 매달렸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나비떼는 무리로 흔들렸다
아이는 꽃을 따먹었다
달큼한 꽃맛이 입안을 채웠다
골목길은 한없이 나른하고
검붉은 목단 꽃잎만
툭하고 떨어지는데
아이는 한나절
나비같은 골담초꽃으로
배를 채웠다 
 
지금 골목은 없어지고
영자네 준생이네 집도
흔적이 없는데
봄만 되면 무수히 매달리던
노오란 나비떼
골담초는
그 때 그 자리에
여전히 무성하여
유년에서 장년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봄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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