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갑(回甲)

 

                           김성련


'너희 부부 좋은 걸로 사 신어'


엄니는 백만원을 주셨다


'왜 구두를 산대유'


'그렇게 하는게 좋댜'


'돈이 너무 많어유'


'젤 좋은 걸루 사 신어'

 

 



엄니가 사주신 구두는


가볍고 발이 편하고


무엇보다


볼에서 코까지 이뻐서


의자에 앉으면


발을 쭉 뻗어보고


발목도 돌려보고


걸으면 가뿐하고


허리도 쭈욱 펴지니


먼길도 쉬이 갈듯하다

 

 



갑오생인데 다시 갑오년이니


회갑이 분명한데


회갑에 구두를 사는 뜻은 아마도


나이 들어도 깨끗하게 다니고


튼튼한 다리로 오래 살라는 것이려니


구십을 산다면 삼분지이를 살았고


팔십을 산다면 사분지삼을 살았는데

 

남은 햇수 부디 건강하게 살라는 것이려니

 

 



엄니는 그 말을


힘도 안 들이고 하셨다


'그렇게 하는게 좋댜'



2015.1.8 백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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