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한티 가는 길
김성련
‘엄니 대간하쥬’
‘아녀 감나무서낭 가서 쉬먼 도ㅑ ’
산모롱이 억새꽃 눈부신 날
까까중 머리 중학생 시절
하숙쌀을 엄니는 이고 아들은 메고
차부까지 시오리 산길을 걸었다
산길은 멀고 짐은 무거워
이인 고개 올라 쉬고
감나무서낭에서 또 쉬고
산의리 동네앞 정자나무에서 쉬면
피천말 지나 차부였다
그리고 엄니는 아들 탄 버스를 아득히 바라보다
시오리 산길을 혼자 넘어 갔다
지금 다시
하늘 푸르르고 억새꽃 눈부신데
콘크리트 포장된 시오리길을
예순 다된 아들이 운전하며 넘는다
여기쯤이 정자나무 섰던 자리이고
감나무서낭은 자취도 없네
여수가 뒤따르던 고개 넘으면
계룡산이 그대로 보이네
고향집 마루 끝에서
구순의 엄니는 콩을 까고 있다
가을볕에 그으른 얼굴
파뿌리로 흩어지는 머리칼을 하고
하염없이 콩만 까고 있다
‘엄니 저 왔슈’
‘누구여 아이구 애비구먼’
엄니의 흐트러진 머리칼은
시오리 산길의 억새꽃처럼 흔들리고
주름져 터진 손가락 사이로
잡히지 않는 갈바람이 부는데
살아온 구순 세월 아랑곳없다는 듯
엄니는 하염없이 콩을 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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