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사랑하는 기쁨으로 - 詩人: 이해인


우리는 늘 배웁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찾아내서 할 일들이
생각보다 많이 숨어 있음을,
물방울처럼 작은 힘도 함께 모이면
깊고 큰 사랑의 바다를 이룰 수 있음을
오늘도 새롭게 배웁니다.

우리는 늘 돕습니다.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어버이 마음, 친구의 마음, 연인의 마음으로
성실한 책임과 친절한 미소를 다해
하찮은 일도 보석으로 빛내는 도우미로
자신을 아름답게 갈고 닦으렵니다.

우리는 늘 고마워합니다.

사랑으로 끌어안아야 할 우리 나라, 우리 겨레
우리 가족, 우리 이웃이 곁에 있음을,
가끔 잘못하고 실수하는 일이 있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가
우리를 재촉하고 있음을 고마워합니다.

우리는 늘 기뻐합니다.

서로 참고, 이해하고, 신뢰하는 마음에만
활짝 열리는 사랑과 우정의 열매로
아름다운 변화가 일어나는 축복을,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은혜를
함께 기뻐합니다.

우리는 늘 기도합니다.

봉사하는 이름으로 오히려 사랑을 거스르고
다른 이에게 상처을 주는 걸림돌이 아니라
겸손한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사랑에 대해서 말만 많이 하는 이론가가 아니라
묵묵히 행동이 앞서는 사랑의 실천가가 되도록
깨어 기도합니다.

우리는 늘 행복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걷는 이 길에서
메마름을 적시는 자비의 마음,
어둠을 밝히는 사랑의 손길이
더 많이 더 정성스럽게
빛을 밝히는 세상에 살고 있어 행복합니다.

그래서 힘겨운 일들 우리에게 덮쳐와도
세상은 아직 아름답다고 노래하렵니다.

이웃은 사랑스럽고, 우리도 소중하다고
겸허한 하늘빛 마음으로 노래하렵니다.

모두 한마음으로 축복해주십시오.
새롭게 사랑하는 기쁨으로
새롭게 선택한 사랑의 길을 끝까지 달려가
하얀 빛, 하얀 소금 되고 싶은 여기 우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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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나는 너에게 봄을 보낸다.

이 봄은 지난해의 봄도 그 전의 봄도 아니야

지금까지 어디에도 없었던 새롭고 완전한 봄이야

어느 날은 싹이 날거야

어느 날은 꽃이 필거야

어느 날은 보슬비가 내리고

어느 날은 꽃바람이 불거야

언젠가 본 듯하지만 사실은 모두 새로운 거야

그리고 모두 네 것이야


친구야

너는 오늘부터 새사람이야

이 세상 어느 들판의 봄보다 어느 호숫가의 봄보다

너는 더 새롭고 놀라운 봄이야

내가 너에게 봄을 보냈으므로

네 삶의 이름은 오늘부터 “희망”이라 부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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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정(絶頂)

이육사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제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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鄕 愁

金 聖


小時候

鄕愁是一條彎彎的土路

我在這頭

母親在那頭



長大后

鄕愁是一支細細的話線

我在這頭

父母在那頭


后來阿

鄕愁是一方綠綠的墳墓

我在外頭

父親在裏頭



而現在

鄕愁是一縷藍藍的航線

我在這頭

家人在那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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八道의 가을

- 김성련

가을은 깊어가고

논밭에서 손길들은 바쁘다.

어릴적 황혼녘 들판

손끝에 피배며

볏단을 묶고 나르고 쌓았던 일

지금 수십년을 훌쩍 넘어

연변땅 팔도 마을에서 다시 본다.

차가운 저녁 어스름 속에서

남편과 아내는 재게 손을 놀리고 있다.

소는 마른 옥수수 잎사귀 씹고

신작로길을 차 한대가 먼지 일며 지나간다.

어릴적 가을 어스름은 늘 바빴다.

한기는 옷깃을 파고 드는데

아버지와 형제들 식구들

볏단을 묶고 나르고 또 쌓았다.

어둠에 밀려 일마치고

흙발로 사립문 들어서면

초가집 처마에 호야불 비치고

어머니가 바삐 준비하신

늦은 저녁을 먹으며 시장기를 달랬다.

오늘 연변의 팔도에서

어릴적 늦가을 저녁이 한없이 그립다.

※ 사진은 길림성 용정시 조양천진 팔도마을의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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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시

안 병 렬

설익은 사랑이라

때로는

미워도 했습니다.

하도 얕은 사랑이라

때로는

저주마저 하였습니다.

그래도

사랑은 사랑이라

때로는

부여잡고 울고도 싶었습니다.

어떻게

그분처럼 그렇게

거룩한 사랑으로

여기

피 한 방울 남김없이

쏟을 수 있을까요?

- '연변에의 아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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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보았습니다

한 용 운

당신이 가신 후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秋收)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은 "거지는 인격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다. 너를 도와 주는 것은 죄악이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돌아 나올 때에,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여 민적(民籍)이 없습니다.
"민적 없는 자는 인권(人權)이 없다. 인권이 없는 너에게 무슨 정조(貞操)냐." 하고 능욕하려는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를 항거한 뒤에 남에게 대한 격분이 스스로의 슬픔으로 화(化)하는 찰나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아아 온갖 윤리, 도덕, 법률은 칼과 황금을 제사 지내는 연기인 줄을 알았습니다.
영원(永遠)의 사랑을 받을까, 인간 역사의 첫 페이지에 잉크칠을 할까, 술을 마실까 망설일 때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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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0일 백두산을 다녀온 기록입니다.

육당 최남선은 白頭山謹參記를 썼습니다.

바람처럼은 감히 그 앞에 新자를 붙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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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백두산근참기(新白頭山謹參記)


연변한국국제학교 교장 김성련


白頭山을 간다. 5시 출발을 약속하고 잠을 자자니 깊이 잠들지 못하고 여러 번 깬다. 아파트 앞에서 5시에 일행과 합류하여 출발한다. 출발하면서도 미안하다. 민족의 성산(聖山)을 이렇게 소풍가듯 쉽게 가도 되는 것인가? 용정(龍井) 가는 길은 중간에 공사 중이라 안도(安圖) 길로 간다. 역시 교외로 나오니 좋다. 넓은 들에 벼가 익기 시작한다. 우리 민족이 와서 이 間島에 벼농사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들이 아주 넓은 곳이 많고 그 들에 익어가는 벼가 가득하다. 또 지대가 높은 곳은 끝없는 밭이다. 누런 것은 콩이고 키큰 것은 옥수수이다.

白頭山 가는 길은 비교적 잘 다듬어져 있다. 長春가는 기찻길과 만났다가 헤어지고 다시 만나며 한동안 평행으로 달린다. 안도(安圖) 시내를 지나 明月湖를 지나서 紅旗朝鮮族民俗村 마을 앞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이 곳 중국의 음식은 늘 양이 풍부하다. 많은 진(鎭)과 자(子)를 지나 백두산 아래 二道白河鎭을 통과하여 긴 숲으로 난 길을 달린다. 끝없이 펼쳐지는 원시림, 그리고 깔끔하게 닦여진 길, 중국정부에서 長白山(백두산의 중국이름)에 쏟는 정성은 남다르다. 그런데 지도상으로 백두산에 다 와 가는데 코앞에 다다르기까지 산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지간하면 멀리서부터 산의 정상부가 보일만도 한데 말이다.


드디어 매표소에 도착했다. 입장료 1인당 60위안, 차량비 60위안, 백두산 짚차 200위안, 장백폭포(長白瀑布) 및 天池 등반이 1인당 40위안. 정말 모두가 돈이다. 따오추떠우치엔 到處都錢!!! 짚차는 시간이 돈인지라 정말 요동치며 지그재그로 정상을 향해 오른다. 몸을 반듯이 지탱하기가 어렵다. 정상 체류시간 40분. 기상대 주차장은 이미 만원사례이다. 정상은 바로 위인데 흘러내리는 흙과 모래가 수많은 사람들의 발에 부서져 내린다. 내 몸의 일부가 아픈 듯 느껴진다. 정말 보기좋게 나무계단이라도 만들어 경사면을 보전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짚차를 오르내리도록 길을 무지막지하게 뚫어 놓기가 불찰이지 명승을 찾는 사람을 어찌 하랴.

마지막 경사면을 정말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살금살금 올라 아까운 듯 넘겨다 본다. 아! 天池. 구름 한 점 없이 짓푸른 하늘연못이 발아래 펼쳐진다. 규모도 너무 크고 물도 너무 많고 天池 주변의 연봉(連峰)이 너무 기이하다. 칼데라의 내륜산(內輪山)이 신비의 天上 보석을 에워싼 듯 울멍줄멍 높고 낮고 희고 붉고 검고 푸르게 큰 한 바퀴를 돌았다. 발아래 수면은 쪽빛 위에 햇볕으로 수없이 반짝이는 물결이 현란하다. 누구라서 이 높은 곳에 이리도 크고 아름답고 기이한 하늘연못, 아니 하늘바다를 파고 둘레에 형형색색의 병풍을 둘러놓았단 말인가?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아쉬워 돌아서서 또 셔터를 누른다. 범위가 너무 커서 한 면에 안 들어가는 것을 알고 광각렌즈를 가진 사진사들이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며 유혹한다.


휴일이고 연일 청명한 날씨가 계속되어 사람들이 많이도 왔다. 90%는 漢族인 듯하다. 방학도 끝났으니 한국에서 올 사람은 적다. 좋은 포인트는 한참을 기다려야 한 번 포즈를 취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사람 천지이다. 우리에게는 성산(聖山)인데 중국인들에게는 그저 많은 절승(絶勝) 중 하나인 듯 경건한 감동이란 기대하기 어렵다. 자리를 옮기며 방향을 바꾸며 셔터를 참으로 많이도 눌러댔다. 사람을 넣고 누르고 구도를 잡아 天池만을 놓고 또 누른다.


서쪽으로 가서 천인단애(千仞斷崖) 절벽위에 서보았다가 다시 동쪽으로 내려간다. 절벽 사이로 쪽빛 天池가 귀여운 규모로 다시 숨었다가 나타난다. 등소평(鄧小平)이 왔다갔는지 그의 글씨를 새겨넣은 천지란 碑가 있다. 가슴속 감동과 인파에 대한 거부감을 안고 정상 조망 시간 40분을 마친다.


짚차는 다시 구절양장(九折羊腸)을 좌충우돌하며 내려 달린다. 가을을 맞는 키작은 풀들이 붉은색을 띄기 시작했다. 자작나무 숲은 흰 줄기에 노란 잎이 한 폭의 수채화(水彩畵)로 곱다. 다 내려와 200위안을 건넨다.

이번에는 걸어서 天池까지 가는 여정이 남아 있다. 시간상으로 오를 것인가 잠시 망설이지만 결론은 명확하다. 당연히 오른다. 눈으로 내려본 천지를 이번에는 손으로 만져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차를 올려 바치고 걷는다. 골짜기를 훑어 내리는 물소리가 요란하고 물빛은 돌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진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천도 보인다. 다리를 건너 장백폭포(長白瀑布)에 접근한다. 자작나무 숲은 흰 줄기에 노란 단풍으로 화사하게 가을을 맞고 있다.


멀리 가까이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폭포를 지나 가파른 계단은 굴속으로 들어간다. 낙석을 대비하기 위한 방법이리라. 오르다 7, 8병의 漢族 남녀를 만난다. 하얼빈에서 왔다는데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며 서투른 漢語로 대화를 나누고, 일행중 한 명이 서투른 중국어로 쎼쎼 謝謝, 뚜이부치 對不起, 츠빠오러머 吃飽了嗎를 연발하니 웃음바다가 된다. 중국 사람들은 웃음이 많고 적극적이며 늘 큰 소리로 말한다. 여자들이 더 그렇고 오히려 남자들은 조용한 편이다.

긴 굴을 지나다 보니 폭포가 옆구리에 와 있다. 높이가 68미터란다. 이 높은 데서 저 많은 수량의 물이 수천만 년을 흘러내리고 있다니 신기할 뿐이다. 점점 천지로 가까이 가며 가슴은 다시 뛰기 시작한다. 천지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제법 큰 내를 이루고 있다. 작은 모래밭도 있고, 파란 물풀을 빗질하듯 맑은 물이 참하게 흐른다. 양 옆으로 검고 붉고 희고한 산봉우리가 옹위(擁衛)하고 있다. 걸음을 재촉한다. 마지막은 바위가 가로누워 있어 天池의 모습을 가리고 있다. 수천만 년 신비를 그렇게 쉽게 벗어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역시 아쉬운 듯 바위를 살금살금 아끼며 오른다. 오르며 펼쳐지는 장관. 아! 天池는 하늘바다로 거기 그렇게 넓고 크고 푸르고 무섭고 아마 무척 깊게 그렇게 의연히 있었다. 둘러싼 仁王인지 天王인지 색색의 갑옷으로 무장을 한 봉우리들에 둘러싸여 신비한 푸르름으로, 끝모를 심연(深淵)으로 호호탕탕(浩浩蕩蕩)하게 꽉 채워 현존(現存)하고 있었다.


내려가 조심스럽게 天池에 손을 적신다. 차갑다. 사람들을 피하여 조용한 곳을 찾는다. 天池 물속이 투명하게 맑다. 물속까지 사진을 찍어 본다. 물병에 天池의 물은 담는다. 그리고 차가운 天池 물을 마신다. 한 번 두 번! 天池와 하나가 되는 성체의식(聖體儀式)인 듯 마신다. 물이 목을 타고 뱃속까지 몸속까지 흐르는 것을 느낀다. 물 한 병을 가득 담아 집에까지 가지고 가기로 한다.


한 쪽에서 와그르르 웃음소리가 난다. 고개를 돌려보니 이게 웬일인가? 남자 하나가 완전 나체(裸體)가 되어 天池 속에 서서 사진을 찍는다. 남녀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漢語로 즐거워하며 손뼉을 쳐댄다. 외면한다. 그런데 또 터지는 환성에 고개를 돌리니 이번에는 배불뚝이 아저씨가 또 옷을 다 벗고 엉거주춤 사진을 찍고 있다. 저런 엉터리가 어디 있는가? 저들에게는 이 天池가 한낱 관광지(觀光地)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백주(白晝) 대낮에 많은 사람이 있는데 아랫도리를 다 드러내 보인단 말인가? 무례의 극치이다.

고개를 들어 언덕을 본다. 野生花 꽃밭이 이제 누런해졌다. 그래도 그 사이 이름모를 꽃들이 마지막 햇볕을 의지하여 희게 또는 보랏빛으로 눈에 띌듯 말듯 피어 있다. 늦게 올라온 하얼빈 팀을 다시 만난다. 天池를 배경으로 또 언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연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역시 아주 명랑한 친구들이다. 보내주겠다며 이메일 주소를 적었다. 한쪽에 天池 괴수(怪獸)상이 서 있다. 공룡(恐龍) 모양인데 치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 싸구려 어린이 놀이터 냄새가 난다. 소박하게 天池라고 새긴 작은 돌 하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天池 곁을 떠날 수 없다. 돌출한 바위길 끝까지 가 본다. 물속에는 동전에 지폐까지 많이도 떨어져 있다. 기복(祈福)을 한듯 싶은데 역시 환경오염이다. 인간의 흔적이나 찌꺼기가 없는 자연 그대로의 天池로 남겨두는 것이 天池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하며 아쉬운 발길을 되돌린다. 天池에서 북쪽으로 물이 막 나오는 부분을 달문이라고 한단다. 이름이 참 이쁘다. 어원적으로야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둥그런 달이 뜨고 그 달빛이 이 문을 흘러나오는 물위에 비추는 모습을 나름대로 상상해 본다. 무서운 듯 험상궂은 듯 밝은 듯 어두운 듯 양옆을 에워싸는 봉우리를 보면서, 가득 채우고 맑게 흘러넘치는 물길을 따라 우랑도(牛郞渡), 승사하(乘槎河)라 바위에 새긴 각자(刻字)를 보며 올랐던 가파른 굴속 계단을 거쳐 여전히 힘차게 곧게 내려 쏟치는 폭포를 다시 보고 백두산을 내려온다.


내려 왔지만 내려다 본 天池, 옆에 서본 天池, 손을 넣고 만져본 天池의 영상(映像)과 촉감(觸感)이 몸과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다. 길가에 있는 안내판의 天長地久(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이듯 인간 사이의 情은 변치 않는다)를 天長池久(天池는 길고 영원히 마르지 않는다)로 바꾸어 읊조리며 차를 몰아 육백리길을 되돌아온다. 길은 어두워지는데 아마 이 밤 새도록 天池의 꿈속에서 헤맬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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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날마다

기도하는 세 가지

당신 바로 알고파

더욱 사랑하고파

가까이 따르고파

- 뮤지컬 갓스펠 주제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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