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연길에서/ 김성련

 

강산이 변할 시간을 넘어

다시 찾았습니다

 

곳곳에 손때 묻은 배움터

스쳐간 아이들 웃음소리 살아나고

미치는 곳마다 눈때 묻은 풍경

바로 어제인 듯 왈칵 다가옵니다

 

여전히 하늘은 파랗고

초원은 푸르고 강물은 넘칩니다

칠칠하게 자란 옥수수밭은

마을에 이어 익숙하게 능선을 넘습니다

 

일송정 소나무는 몇 자를 자랐고

선구자는 주인을 만나 비암산에 울려퍼집니다

평강들 서전들 동포들이 논 풀은 곳

해란강은 여전히 들을 적셔 풍요를 키웁니다

 

용두레 고을

밝은 동쪽 땅 명동(明東)

별을 사랑한 순수한 청년 시인이 숨쉬었던

그 터전에는 미류나무 바람에 뒤척이고

선바위 멀리 우뚝합니다

 

눈앞에 보고도 넘을 수 없어

오히려 유명해진

눈물 젖은 두만강

두 나라 사이를 흐리게 흐릅니다

 

애단로, 진학로, 조양가

길가로 아파트 치솟는데

서시장 골목길은 어제인 듯 여전합니다

모시이불 파는 아낙네의

사근 익숙한 말씨를 뒤로 하고

발길 재촉하여 떠나오는 길

삼년을 살았던 곳을 사흘만 보고 오는 길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놓칠세라

셔터만 누르고 눌렀습니다

 

눈 감으면 환히 다가오는 그곳

눈 감으면 오히려 쉽게 갈 수 있는 연길은

언제나 애잔한 그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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