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다리에서/ 김성련

하늘 푸르고
갈꽃 눈이 부신 날
새들 가지 사이로 날고
버들은 난간을 덮었다
수없는 세월
잎이 피고 또 지고
비 내리고 눈 맞으며
진공 속엔 듯 누워 있다

다리는 오고가는 게 본분이건만
육십여 년의 분단 그러안고
침묵으로 풍화되어 갈 뿐
아무도 밟지 않는다
누구도 건너지 않는다

그날은 여기가 온통 난리였단다
이념 따라 싸우다 포로된 몸
이념 따라 제 나라 찾아가며
건너가고 건너오며
옷 벗어 패대기치며
가장 순수한 양
소리지르고 만세 부르고
온통 난리였단다

가장이 지나고
위선이 태풍처럼 잠들고 난 뒤
다리는 그냥 자연이 되었다
잎이 피고 또 지고
비 내리고 눈 맞으며
분단의 서러움 새기며
온몸으로 삭아왔다

한 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 다리,
이제 옭매친 것 다 풀고
쌓인 것 다 헤쳐 버리고
반가움으로 오고 가는 다리
설레임으로 가고 오는 다리 꿈꾸며
눈길은 북쪽 하늘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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