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일 국어원장 "21세기 안에 ‘한국어’ 사라진다"

아시아경제 | 기사전송 2011/01/20 10:00

[아시아경제 황석연 기자]한국어가 금세기 안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남북한 인구를 합쳐 1억 명이 넘지 않을 때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다. 대한민국 국어의 돌보미를 담당하고 있는 권재일(사진) 국립국어원 원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욱 비중이 실린다.

권 원장은 국립국어원 개원 20주년을 기념해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언론간담회에서 "온 세상이 영어사회가 돼 가고 있으며, 특히 인터넷을 통한 획일화로 정치, 경제적으로 강한 나라의 언어에 힘이 집중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또 "우리말을 지키지 못하면 완전히 소멸되진 않더라도 집에서만 쓰는 비공식 언어로 전락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사정은 이렇다. 미래학자들은 지구상의 6700여개 언어 중에 21세기 안에 대다수가 소멸하고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정도만 살아남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제대국인 일본과 독일의 말 정도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어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권 원장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정치, 경제적 안정이 계속되면 만주어처럼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필리핀 타갈로그어나 부탄의 종카어처럼 생활언어, 가정언어로 전락하고 정치, 행정, 법률, 학문 등 공식 언어는 영어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국어 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언어학계 입장이라고 전제를 달고 대체로 1억 명 이상의 인구가 쓰는 언어는 쉽게 소멸하지 않는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남북한 인구를 합쳐 7600만 명 가량 되므로 한국어를 쓰는 인구가 2400만 명 정도 더 확보되면 소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가상해 국립국어원은 국어 보존을 위한 전방위적인 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외국어 일색인 전문 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밖에도 지역어(방언) 보존, 한국어의 해외 전파, 영-한 자동번역 프로그램을 비롯한 국어 정보화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권 원장은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2012년까지 27개 분야의 전문 용어 34만개를 쉬운 우리말로 바꿔 학계와 국민들에게 보급하기로 했다. 또 전국을 9개 권역으로 나눠 유네스코의 소멸위기 언어로 등록된 제주 방언을 비롯한 지역어 보존에 힘을 쏟기로 했다.

권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지식과 용어가 계속 생겨나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에 국어를 보존하려면 제대로 된 영-한/한-영 자동번역 프로그램 개발이 꼭 필요하다"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정부와 공학자, 국어학자들이 힘을 합쳐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 국민들의 국어 말하기, 쓰기 능력이 뒤떨어지는 편"이라며 "청소년을 비롯한 국민들의 국어 능력 향상과 함께 개방형 한국어 지식대사전 개발 등 국어사용 환경 개선 사업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북분단이 길어짐에 따라 남북간 한국어 이질화 현상을 극복하고 통일이후에 대비한 우리말 발전전략을 연구하는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쳐나간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권 원장은 "몇 년 간 중단됐던 남북의 언어학자 회의도 재개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새터민 대상 국어교육과 통일 이후 언어 소통에 불편이 없도록 하기 위한 준비 작업도 함께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국어원은 개원 20주년을 기념해 '국립국어원 20년사'를 발간했으며, 21일에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 국어원에서 기념식과 기억상자(타임캡슐) 보관 행사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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