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1% 시대>② 50만 상생의 파트너
조선족 밀집지역 `대림동' 밤거리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서울의 대표적인 조선족 밀집지역인 대림동의 `중앙통'으로 불리는 중앙시장 밤거리. 중국음식점과 식료품점, 여행사 등이 즐비해 있다. 2011.7.5
noanoa@yna.co.kr

2018년 조선족 노동력 고갈..인식전환 필요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장면#1.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30대 중반의 맞벌이 주부 A씨는 직장을 그만둘 지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한 살 딸을 돌봐주던 조선족 아주머니가 비자 만료로 중국으로 돌아간 뒤 새로운 조선족 도우미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그렇다고 내국인 도우미를 쓰자니 비용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편은 "이 참에 사표내고 살림이나 하라"고 채근하지만 10년 직장 경력을 포기하자니 아쉽기만 하다.

장면#2. 경기도 반월공단에 입주해 있는 한 염색공장.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던 이 공장은 갑자기 매출이 뚝 떨어졌다. 전체 종업원 10명 중 8명을 차지하는 조선족이 한꺼번에 그만두면서 새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로 급히 충원을 했지만 도대체 말이 통하지 않아 작업 속도가 더디고 불량률도 확 높아졌다. 사장 B씨는 언제쯤 공장이 제대로 굴러갈 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나친 과장일 수도 있지만 머지 않은 장래에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조선족의 국내 취업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 변화가 없는 한 향후 7∼8년 내에는 조선족 노동력의 유입이 끊길 소지가 다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노동시장에서 조선족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특수한 위상을 점하고 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내국인이 기피하는 3D업종에서 낮은 임금으로 일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조선족은 국내 산업 현장의 노동력 공백을 메우는 `대체재'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반면 내국인의 일자리를 잠식, 실업을 심화시키는 존재로 조선족을 규정짓는 인식도 없지 않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사회 질서를 해치는 일부 조선족의 일탈 행위를 확대 해석해 전체 조선족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곤 한다.

그러나 조선족을 동포로서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혈연적 관계 정립의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경제적 효능 측면에서 조선족 노동력이 갖는 순기능을 부인해서는 안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3D 업종을 비롯한 일선 산업현장의 인력 공백을 외국인 노동자로 채우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노동력의 수요처와 공급원으로서 서로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한국 경제와 조선족이 상생을 모색하는 게 온당하다는 주장이다.

◇조선족 `합법' 취업자 2018년엔 고갈
지난 2007년 3월 최초로 5년짜리 방문취업사증(H2)을 발급받아 국내에 들어온 조선족 취업자는 내년부터 H2 비자 만료에 따라 순차적으로 출국하게 된다. 현행 제도로는 이들은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는 또다시 H2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다.

정부는 또 조선족에 대한 H2 비자 발급 총량을 30만3천명으로 한정한 채 H2 비자 만료로 돌아가는 조선족 취업자 수 범위 내에서 신규 발급을 허용한다는 방침인데, 지난 2007년 실시된 한국어 능력시험을 통과하고 H2 비자 취득 자격을 갖추고 있는 중국내 조선족 숫자는 6만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 6만명의 조선족이 향후 2∼3년 내에 모두 국내에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5년의 취업 기간이 경과하는 2018년 또는 2019년에는 전원 출국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정부가 기존 조선족 취업자에 대해 H2 비자를 재발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긴 하지만 불가 결정을 내릴 경우 합법적인 조선족 취업자는 사실상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한국행 러시 정점..어디서 일하나
법무부 통계로는 지난 4월말 현재 국내에 체류중인 조선족은 44만7천여명이다. 이미 한국 국적을 회복하거나 귀화한 이들도 7만5천여명에 이른다.

중국 국적의 조선족이 총 192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만큼 단기 비자로 들어와 눌러앉은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하면 노약자를 제외한 경제활동 가능 인구의 대부분이 국내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형편이고 보니 `조선족이 사라지면 경제가 마비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특히 구인난에 시달리는 3D업종은 조선족이야말로 필요불가결의 존재다.

방문취업제로 입국한 뒤 법무부에 자진 취업신고를 한 조선족 16만여명의 직장을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6만1천여명(38%), 음식점 4만6천여명(28%), 건설업 3만4천여명(21%), 가구내 고용활동 7천여명(4%) 등이다. 대부분이 공장이나 식당, 공사판 등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하는 3D 업종에 종사하고 있음이 쉽게 파악된다.

서울 대림동의 C직업소개소 소장은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3천명의 가사 도우미 가운데 40%를 조선족이 차지한다"면서 "대개 40대 후반∼50대 후반 여성으로, 입주 도우미나 보모로 일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안산의 W간병인협회 관계자는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환자를 1 대 1로 돌보는 간병인의 70%는 조선족"이라면서 "환자의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간병인 일은 전적으로 조선족 여성들의 몫이 됐다"고 말했다.

◇"상생의 파트너로 봐야"
조선족의 국내 취업이 제한될 경우 그 빈자리가 동남아시아 등지의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워질 것이라는데는 큰 이견이 없다. 중소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상대적 저임금인 외국인 인력 수요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족 인력의 일자리 잠식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지난해 3월 공개된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기능직의 경우 조선족 근로자가 1% 증가할 때 내국인의 실업전환확률(취업자가 일자리를 잃을 확률)이 0.003% 증가하는데 그쳤다.

또 조선족을 종업원으로 채용한 73개 음식점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82%가 내국인 종업원을 구할 수 없어 조선족을 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학교인 에듀쿡의 이영복 원장은 "조선족들은 내국인이 외면하는 직종에 주로 취업하고 있다"면서 "상생의 파트너로서 조선족을 활용해 인력난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조선족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홍 수석연구원은 "조선족 근로자들이 다른 외국인 근로자보다 국내 고용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은 높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선족이 점유하던 일자리를 내국인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조선족에 대해 단순히 노동시장 잠식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동포의 법적 지위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하는 작업이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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