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 미니시리즈 '베토벤 바이러스(연출 이재규, 극본 홍진아·홍자람)'에서 까칠한 강마에로 분한 김명민의 독특한 대사가 시청자들 사이에 회자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관객여러분, 그리고 대통령 내외분, 졸리시죠? 당연합니다.
방금 들은 연주는 쓰레기입니다. 이건 뭐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네요" "저는 더이상 브람스를 이 따위 연주로 더럽힐 수 없습니다. 집에 가서 샤워들 꼭 하시고, 특히 귀에 때를 빡빡 밀어주시기 바랍니다". ----------------------------------------------------------------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의 독설 | 참신한 소재로 신선한 충격 매스컴의 바른 기능 기대 | |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우리 시대에 실종된 권위와 리더십의 향수를 자극한 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지난주 18회로 종영했다. 홍진아·홍자람 자매 작가의 작품 주제를 강 마에스트로(지휘자) 역의 탤런트 김명민이 잘 소화한 드라마였다. 불륜 보편화·도덕과 질서 파괴·재벌가 헐뜯기 등 식상한 주제를 탈피한 참신한 소재와 드라마 작가의 탄탄한 대본의 대사와 김명민의 연기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PD수첩의 허위 보도와 이념 선전 선동 매체로 비판받고 있던 TV의 전혀 다른 메시지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12일 최종회 시청률은 20.3%로 같은 시간에 방영된 두 공중파 방송의 시청률(15.1%, 11.3%)을 압도했다. 이날 방영된 KBS드라마는 베토벤 바이러스 제작비의 6배인 200여억 원을 쏟아 부은 작품이었다. 방영 중 화제가 되었던 이 작품을 TV가 좌편향 정권의 이념 나팔수로 전향해 드라마까지 편 가르기의 도구가 되었던 시대를 청산하는 실험 작품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공금 3억 원을 사기당한 음대 출신 공무원 두루미 악장, 정직당한 트럼펫 연주자 강건우, 아줌마 첼리스트 연주자 정희연, 카바레 색소폰 연주자 배용기, 세상살이에 지쳐버린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박혁권, 정년 퇴임한 오보에 연주자 김갑용, 여고생 하이든 등 아웃사이더와 가난을 딛고 세계 정상 지휘자로 성공한 강건우 마에스트로가 패자들의 꿈인 교향악 연주를 실현하는 이야기다.
강마에는 호된 훈련과 강한 리더십으로 오합지졸 연주자들과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연주한다. 완벽한 연주를 위해 강마에는 단원들에게 안면몰수하고 독설로 채찍질한다. “방금 들은 연주는 쓰레기입니다. 브람스를 이따위 연주로 더럽힐 수 없습니다.” 지휘자 강마에는 연주자들이 작곡자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준 낮은 단원에게 영합하지 않고 확실한 해석을 요구한 것이다. ‘쓰레기’, ‘개’, ‘똥’과 같은 거친 단어가 튀어나오는 독설이 이 드라마의 묘미였다. 인륜이 무너지고 법과 질서가 흔들려도 파워엘리트들이 수수방관하는 개판 세상에 강마에가 악보대로 정확하게 연주하라고 열 올리는 것은 시청자들에게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연습도 안 해와, 음도 못 맞춰, … 아줌마 같은 사람들을 세상에서 뭐라 하는지 알아요. 구제불능, 민폐, 걸림돌, 똥덩어리라고 하지요.” “사과는 무슨 사과를 합니까.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요, 똥은 똥 아닙니까. 아, 그냥 똥이 아니라 똥덩어리던가요.” 교향악단 지휘자가 바른 연주를 위해 불협화음을 내는 연주자에게 강한 질책을 한 것이 시청자들을 통쾌하게 했다. 세상을 시끄럽게만 하는 저질 정치꾼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대리만족 같은 것을 느낀 시청자도 있고 꾸중을 듣지 못하고 자란 세대에게 저런 꾸지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교육자도 있었을 것이다.
작가는 방송국의 요구에 응해 패자들의 불만과 사랑 이야기도 양념으로 넣었지만 우리 시대에 실종된 권위 회복과 잘못에 대한 분명한 질책을 일깨워 시청자들의 공허한 가슴을 메워주었다. 이 드라마를 쓴 자매작가는 5월에 작고한 아버지(소설가 홍성원)세대의 권위와 시비를 정확히 가리는 바른말을 강마에를 통해 표현한 것 같다. 드라마 작가의 아버지 홍성원 씨는 고려대에 진학했으나 가세가 기울어 중퇴하고 문학수업에 전념, ‘디데이의 병촌’, ‘남과 북’ 등 많은 작품을 발표 대한민국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우리 시대를 증언한 작가였다.
소설가 아버지의 작가정신이 딸 드라마 작가에게 계승 발전되었음을 우리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보았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감동이 좌편향 정권에서 뿌리 내린 편향적인 이념을 위한 편파 왜곡 방송을 극복하는 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난 8월 KBS 사장은 체포돼 검찰 조사를 받고 MBC 사장은 PD수첩의 허위보도에 대해 사과 방송을 했다. 이런 충격적인 사태에도 방송의 체질 개선은 없었다. 방송매체가 시청자 위에 군림하며 이념 교육을 하겠다는 허황된 욕심을 버리고 겸손하게 국민에게 봉사하며 진실을 추구하는 매스컴의 바른 기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대전일보 박석흥세상보기. 언론인·건양대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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