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남긴 것

사회 비주류들의 꿈과 열정, 희망 담아

◇ 김명민은 5개월 간 개인 교습을 통해 탁월한 지휘 연기를 선보였다. ⓒ MBC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13일 스페셜 방송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드라마 흥행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김명민은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 세계적인 지휘자 ‘강마에’로 다시 태어났다. 사실 완벽주의자, 실력파, 강력한 리더십을 겸비한 배역 ‘강마에’는 김명민이 지난해 <하얀거탑>에서 주연한 천재의사 ‘장준혁’의 이미지와 흡사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김명민은 다소 흡사한 두 배역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김명민은 긴 머리, 복고 의상, 독특한 억양과 그 시대의 거친 말투 등 실제 베토벤이 활동했던 18, 19세기 음악가들의 모습을 디테일한 부분까지 재현하려 애썼다. 특히, 5개월간 서희태 예술 감독의 개인 교습을 통해 탁월한 지휘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

압도적인 실력과 카리스마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이끌었던 ‘강마에’는 전형적인 ‘내유외강형’ 인물이었다. 실력파 강마에는 단원들에게 거친 독설로 일관하며 강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2인자 콤플렉스, 부족한 대인관계 기술을 함께 지녔다.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나 인간적인 면에서 결점이 많았던 ‘강마에’의 모습은 그런 부류의 인간형이 많이 양산되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사회 비주류들의 꿈과 열정 한편 ‘정희연’(송옥숙 분), ‘배용기’(박철민 분), ‘김갑용’(이순재 분), ‘박혁권’(정석용 분), ‘하이든’(현주니 분) 등은 사회의 비주류를 대표했다.

‘정희연’은 음대를 졸업하고도 전업주부로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배용기’는 불광동 카바레를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또한, 오케스트라 정년퇴직 후 치매를 앓게 되는 노인 ‘김갑용’과 열악한 회사의 샐러리맨으로서 한국의 평범한 가장을 대표하는 ‘박혁권’, 예고 출신에 예의 없고 사고방식이 다소 삐뚤었던 소녀 ‘하이든’ 등은 전형적인 사회의 비주류였다.

그러나 그들은 음악을 통해 고된 삶의 한 가닥 희망을 보게 된다.

평범한 일상에서 탈피하여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밤 연습을 반복했다. 경력이 모자라 오케스트라 단원에서 탈퇴되는 시련에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강마에’의 인격적인 비하 발언과 거침없는 독설도 그들의 꿈을 꺾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에게 ‘강마에’의 독설은 오기를 발동시켰다.

사회의 비주류에서 주류가 되고자 하는 끊임없는 그들의 열정에 시청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 스페셜 방송에서 김명민은 배역 강마에의 목소리 톤으로 꿈에 대한 열정을 강조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자신들의 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새롭게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 <베토벤 바이러스> 종영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아쉽다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 MBC
최초 클래식 드라마 ‘새로운 장르 개척’ 그리고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경찰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작은 건우’(장근석 분)는 뒤늦게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 일에 매진한다.

권위적이고 연륜이 묻어나며 성과 지향적인 ‘강마에’의 강력한 리더십과는 달리 ‘작은 건우’는 주변 이들을 포용하고 즐기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한다.

작은 건우는 ‘강마에’가 돌보지 못한 단원들의 사소한 부분들까지 챙겨줌으로써 부드러운 리더십도 때로는 강력한 결속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극 중 ‘두루미’(이지아 분)는 강마에의 강력한 리더십에 이끌리게 된다. 음악을 삶의 가장 큰 가치로 여기는 ‘강마에’의 뿌리침에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했지만 ‘두루미’와 ‘강마에’의 미묘한 감정은 자칫 무미건조해질 수 있는 극에 신선한 긴장감을 더해줬다.

시청자들은 <베토벤 바이러스>의 종영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스페셜 방송 이후 <베토벤 바이러스>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아쉽다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이 외에도 <베토벤 바이러스>는 국내 최초 클래식 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귀족 음악으로 대변되는 클래식음악을 사회의 비주류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클래식의 대중화에 일부 기여했다는 평이다. 실제로 스페셜 방송에서는 최근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클래식 음악 CD의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18부작의 짧은 드라마였지만 <베토벤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교훈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데일리안 박종민 넷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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