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식 신조어까지…' 뿌리째 흔들리는 독일어

지난 1990년도부터 독일에서 영어의 영향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IT 계통의 신조어와 세계화 및 영어권 학계의 발전이 그 원인이라고 독일 인터넷 언론 '유럽리포트(europe-report.de)'가 분석했다.

유럽리포트는 신조어 Denglisch (Deutsch + Englisch)를 몇 가지 소개하고 있는데, 이 예를 보면 영어사용이 단지 단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문장구성까지도 변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영어에 ‘it makes sense.’ 란 표현이 있다. 독어로는 ‘Es hat Sinn.’ 이다. 그런데 이 문장을 영어화해서 hat 대신 Es macht Sinn 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영어의 think는 독어에서 glauben (‘~라고 생각하다’) 과 denken (‘사고하다’)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그런데 이제 영어의 영향으로 glauben 의 의미에도 서슴치 않고 denken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매우 편리하게 사용되던 glauben이란 이제 불필요한 고어가 되어 버렸다. 일상생활에서 거의 듣기 힘든 옛말이 된 것이다.

Recycle 이라는 영어단어는 녹색운동과 함께 한창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단어를 독어화하면서 묘한 신조어가 생기게 되었다. 즉 먼저 recycle을 독일식으로 동사화 했는데 마치 Wechsel(변화)를 동사화하여 wechseln이 되듯이 어미에 n을 붙여 recyceln(리사이켈른)이란 희한한 동사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과거분사를 만들 때도 독어식을 따랐다. wechseln이 gewechselt가 되듯이 recycelt라는 묘한 단어를 만들어 냈으며 발음 역시 이에 따라 ‘리사이켈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예로 ‘싸운다’를 들 수 있다. ‘싸움, 투쟁’이란 의미의 Kampf(캄프)는 발음조차도 전형적인 독일 냄새를 품기는 단어이다. 그런데도 fight는 더욱 멋있고 생동감이 흐르는 단어로 인정받는가 보다. Fight를 독일어화한 동사는 fighten, 과거분사는 gefightet(게 파잇테트)이다. 이 단어는 월드컵 때 독일 선수들이 특히 애용하는 단어가 되었다.

이러한 언어오염에 대해 독일어 보존운동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4,5년 간 개인적인 열의로 뭉친 동호인들이 결성한 협회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의 사회운동이 효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 이들은 신문광고를 통해 20 유로의 회비제 회원을 모집하여 연말에 독일어를 가장 욕보인 사람이나 기관을 선정하는 활동 정도가 고작이다.

이에 반해 프랑스 정부는 이미 15년 전에 영어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을 발표했었다. 국제학술대회에서 프랑스어 사용을 조건부로 연구비를 지원하고 미디어에서도 미국 음악의 점유율을 제한했으나 지금은 흐지부지 돼버렸다. 특히 학술대회에서 프랑스어의 사용을 강요한다면 이는 자국 학문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유럽리포트는 일부 언어학자들을 포함하여 국수주의자, 편협적인 민족주의자들만이 반대 입장에 앞장서고 있지만 영어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사회분위기에서 영어사용 반대운동을 벌린다는 것이 모순으로 보이며 게다가 프랑스인과는 정반대로 독일인은 영어사용을 지극히 사랑하기 때문에 영어오염에 대해서도 크게 거부반응이 없는 듯 하다고 전했다. 노컷뉴스 2006-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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