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글로비시’로 통~한다

영어가 국제어로 정착하면서 쉽고도 간단한 영어인 ‘글로비시’(Globish, Global+English)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확대되는 영어의 언어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비영어권에서 사용되는 간단한 영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언어학자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면서 6일 글로비시를 소개했다.

프랑스인으로 아이비엠(IBM)의 부사장을 지낸 장 폴 네리에르가 제안한 글로비시는 사용 어휘를 관영방송인 <미국의 소리>(VOA,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 등에서 사용하는 1500개 단어 정도로 제한하고 문법보다는 의미 전달에 주안점을 둔다. 조카를 의미하는 ‘네퓨’(nephew)를 ‘형이나 누나의 아들’(son of my brother or sister)처럼 쉬운 단어로 풀어서 표현하는 것이다. 원어민들이 듣기에는 부자연스러우나, 비영어권 사람들끼리는 훌륭한 의사소통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영어권 사람인 네리에르는 아이비엠 근무 당시 아시아 출장에서 “동행한 미국 직원보다는 내가 한국이나 일본 동료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쉽고 효과적이란 사실을 알아챘다”면서 글로비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비시를 다른 언어권에 있는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이라는 제한된 목적을 위한 실용적이며 효율적인 도구라고 정의하면서 글로비시는 영어권에서도 배워야 하는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도 영어가 국제언어로 자리잡고 영어 사용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다른 언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영어권 사용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내놓은 보고서에 보면, 현재 영어를 제2언어로 삼고 있는 사람까지 포함한 영어 사용자는 5억~10억명 사이이며 조기교육 등이 이뤄진다면 10년 내에 새로 20억명의 영어 사용자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겨레 2006-08-07

이젠 글로비시 시대…비원어민 영어가 잘통해

원어민이 없어야 오히려 영어 국제회의가 더 잘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전 세계 4명 중 한 명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대가 열렸지만 정작 국제회의에서 영어 의사표현에 서툰 사람은 미국인이나 영국인 같은 원어민이라고 보도했다.

이유는 이렇다. 현재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15억명으로 추정되고, 영어를 배우는 사람도 최소 10억명은 넘을 정도로 영어는 이제 국제어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영어가 외국어인 사람이 영어가 모국어인 원어민보다 세 배가량 될 정도로 늘었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영어 의사소통의 상당수가 비원어민끼리 이뤄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굳이 원어민 영어에 능통하기보다는 영어를 외국어로 배운 사람끼리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음을 말한다.

FT는 아예 `과연 영어는 누구의 언어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영어 원어민 비중은 갈수록 줄고 비원어민 영어 사용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영어 원어민 비중은 5%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줄어 2050년쯤 되면 아랍어에도 밀려 5위로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영어 사용자는 계속 늘어 앞으로 10~15년 내로 영어 수강자는 20억명을 돌파할 정도로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어가 미국이나 영국 또는 호주만의 언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국제화됐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또한 국제 비즈니스 언어로 영어가 부상하는 것은 결국 부로 연결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FT는 내놨다.

하지만 워낙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영어를 쓰다 보니 원어민은 알 수 없는 영어 표현이 생겨나고 문법 파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비원어민들이 자주 하는 문법 실수가 보편화되면서 이제는 아예 기존 문법을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서서히 고개를 들 정도다. 3인칭 단수 동사 끝에 `s`를 빼놓고 말하는 경향이 일반적이고, 복수와 단수를 구분하지 않거나 관사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사례도 흔해졌다.

FT는 비원어민들이 쓰는 영어를 아예 기존 영어와 구분되는 `글로비시(GlobishㆍGlobal과 English의 합성어)`라고 지칭했다. 이렇다 보니 비원어민들과 대화를 해야 하는 미국인 같은 원어민들이 영어로 된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급적 긴 단어를 피하고 쉽게 표현하려고 하다가 정작 중요한 의사표현에서 막힌다는 얘기다. 구어체나 은유적 표현을 쓰면 편하지만 상대편을 이해시키기가 어려워 영어에서 되레 힘들어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비즈니스 실무회의에선 영어 원어민이 없어야 좀 더 부드럽게 진행되고 비원어민들도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경향이 있을 정도라고 FT는 보도했다. 또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비원어민으로서는 어차피 비원어민끼리 이뤄지는 영어 대화에서 원어민의 뉘앙스나 구어체에 대해 신경 쓸 필요도 없지 않으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비원어민들이 말하는 영어는 그야말로 자연 언어인데, 이건 법으로 통제하기도 어렵다"며 최근 글로비시 확산 정도를 대변했다.

심지어 FT는 영어 원어민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잘하는 방법을 상세히 소개할 정도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지적했다.

아예 기존 영어가 아닌 글로비시도 정성 들여 배울 것을 주문했다. 또한 비원어민과 의사소통을 쉽게 하기 위해선 천천히 말하고, 은유적 표현은 줄이고, 가급적 반복해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상대편 언어에 대한 공부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야 비원어민과 의사소통할 때 불편함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가 글로벌 언어가 됐지만 상대방 언어에 대한 이해도 높여야 함을 영어 원어민에게 경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송성훈 기자][매일경제] 2007.11.09

인도식 영어 ‘힝글리시’, 조만간 국제어 된다


인도인들은 영어를 잘한다고 자부한다. 영국 식민지였던 시절부터 영어가 공식언어처럼 쓰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도식 영어, 즉 ‘힝글리시’는 정통 영어와 다르다. 이제는 고어 취급을 받는 단어가 여전히 일상적으로 쓰이는가하면 영국식 영어에는 볼 수 없는 어색한 표현도 있다.

힝글리시는 외국인들로부터 놀림감이 되곤 하지만 세계에서 인도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최근 힝글리시를 긍정적인 시각에서 본 책 3권을 소개했다.

비누 존이 최근 발표한 ‘Entry from the Backside Only’는 인도식 영어가 지금의 미국식 영어처럼 자체적으로 발전한 과정을 기술한 책이다. 존은 “힝글리가 한 20년 후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언어가 되리라 믿는다”며 “인도인들은 이제 영어를 구사하면서 놀림감이 된다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발진더 마할은 자신의 저서 ‘The Queen’s Hinglish’에서 영어 사용 인구가 영국·미국을 합친 것보다 남아시아에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인도에만 영어 능통자가 3억5000만명에 달한다.

그녀는 “과거에는 힝글리시가 정통 영어를 추구하는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은 영어가 힌두어, 우르두어, 펀자브어 등과 마구 섞이고 있다”며 “힝글리시는 조만간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할은 인도에만 있는 영어 단어인 prepone(postpone의 반대말), airdash(갑작스럽게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 eve-teasing(성추행) 등이 언젠가는 국제적으로 쓰이는 용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힝글리시가 대중적이 된 것은 인도인들이 그만큼 자국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게 된 것과 연관된다. 뉴델리 소재 자와할랄네루대학교의 바이시나 나랑 언어학 교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인도 문화·언어·음악을 열등하다고 여기지 않는다”며 “식민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인도인들은 눈치보지 않고 힝글리시를 마음껏 사용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Indlish'를 쓴 죠티 산얄은 지금의 힝글리시가 식민지시대의 잔재라고 지적했다.

산얄은 저서를 통해 "과거 영국의 흔적이 인도 지식인들의 목에 마치 죽은 신천옹처럼 걸려있다"며 과거의 화려한 어법을 버리고 간단한 영어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힝글리시의 확산은 불가피한듯하다.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인도인이 증가한 만큼 세계인은 인도의 영어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미국식 영어가 이제는 가장 널리 쓰이는 영어가 됐듯 인도식 영어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날이 올 듯하다.

이지연 기자 아시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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