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도에서 중화문명의 웅장함을 만나다

중국 황허(黃河)강 하류지역에 위치한 중원(中原) 허난성(河南省·HeNan)은 총면적이 16만7000㎢로 그 신비로운 지형과 천혜의 자연경관이 매년 전 세계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불러 모으고 있다. 5000년 중화문명의 역사상 허난성은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이자 인류문명의 발상지로 9개의 왕조가 도읍을 정했던 뤄양(洛陽), 중국의 8대 고도중 하나인 안양(安陽), 카이펑(開封), 정저우(鄭州) 등 중국의 국가급 역사문화도시들이 위치하고 있어 그 역사적인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중국의 100대 성씨 중 77개의 성(性)이 이곳에서 생성됐다고 하니 허난성을 중국문화역사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와 더불어 허난성은 중국무술의 고향이기도 하다. 허난성의 성도인 정저우 숭산에 위치한 샤오린스(少林寺)는 중국 전통 소림 무술의 발원지로 홍콩의 유명한 영화배우 이연걸의 1979년 데뷔작인 ‘이연걸의 소림사’를 통해 널리 알져졌다. 또한 ‘소림권법’과 쌍벽을 이루는 ‘태극권’도 바로 이곳의 온현(溫縣)이란 작은 마을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소림무술의 본거지 ‘샤오린스(少林寺·소림사)’

중국공부경천하 천하공부출소림(中國功夫驚天下 天下功夫出少林·중국무술은 천하를 놀라게 하고 천하의 무술은 모두 소림에서 나온다).

중국 제 1의 선종(禪宗) 사찰이자 소림파 무술의 발원지인 샤오린스(少林寺)는 정저우와 뤄양사이에 있는 덩펑시(登封市) 숭산에 위치해 있다. 서기 496년 인도의 달마대사에 의해 창건됐다고 전해지며, 사찰 이름은 사오스샨(少室山) 아래의 무성한 숲속에 절이 위치한 데서 유래했다.

오늘날 중국무술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샤오린스의 소림무술은 달마대사가 면벽수련을 하는 승려들의 건강을 위해 다섯가지 동물의 움직임을 본떠 만들었다. 경내 천불전(千佛殿)에는 명대의 오백나한조비려(五百羅漢朝毗慮)의 벽화가 300㎡ 정도의 넓이에 걸쳐 그려져 있으며 백의전(白衣殿)에는 청대의 소림사 권보(拳譜)가 남아 있다. 또한 사찰과 조금 떨어진 곳에는 달마가 9년간 면벽수행을 했다는 면벽동(面壁洞)이 있어 득도를 향한 그의 필사적인 염원을 느끼게 한다.

샤오린스 입구에는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남긴 ‘少林文化 人類遺産(소림문화 인류유산)’이란 글귀가 입석에 새겨져 있다. 광장에서 20분 정도 펼쳐지는 소림무술 시범을 뒤로 한 채 정문을 통과하면 전동차가 대기하고 있다. 전동차에 몸을 싣고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경내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순간 구멍이 숭숭 뚫린 1500년 정도된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시야에 들어온다. 샤오린스 스님들의 손가락 수련으로 인해 뚫린 구멍이라는 설명을 듣지만 쉽게 믿겨지진 않는다. 샤오린스에서 무술을 수련하는 수련생들은 매일 식초를 1kg씩 마셔 몸의 유연성을 기른다고 한다. 소림의 수련은 6세부터 시작해 6년 이상을 해야 하는데 40세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고 하니 그 훈련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된다. 현재 덤핑시에는 샤오린스를 포함해 76개의 무술학교가 있으며 6만여명의 수련생들이 무술을 연마하고 있다.

샤오린스에서 서쪽으로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소림사 출신 고승들의 사리탑을 모셔놓은 타린(塔林·탑림)이 있다. 탑들이 숲처럼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타린이란 이름이 유래한 이곳은 한때 600여개가 넘는 탑들이 존재했지만 현재는 243개의 탑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타린 안에서 가장 오래된 탑은 무려 14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당대법완화상탑’. 법완화상에서 ‘화상’이란 수행을 많이 해 불심이 깊은 스님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타린의 탑 높이가 각각 다른 이유는 고승의 몸에서 나온 사리의 숫자에 따라 탑이 지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션중샤오린 인위에다디엔(禪宗少林 音樂大典·선종소림 음악대전)’


중국무술영화 ‘와호장룡’과 ‘영웅’의 음악감독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탄뒨이 메가폰을 잡고 600여명의 소림무술자 및 소림승려들이 참여해 연출하는 ‘션중샤오린 인위에다디엔’.

해발 1400m 정상에서 수없이 쏟아져 내려오는 각양각색의 조명을 받으며 넓게 펼쳐진 자연 바위를 무대삼아 펼쳐지는 공연을 지켜보는 내내 열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샤오린스에서 약 7km 떨어진 협곡지대에서 벌어지는 이 공연은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자연을 배경으로 자연을 무대 삼아 펼쳐지는 음악공연이다.

특히 물과 나무와 바람과 빛 그리고 돌소리 등 대자연의 여러 소리들이 함께 어우러져 중국의 문화와 선종의 이념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대를 형성하는 협곡 내에는 계곡, 삼림, 석교 등이 있으며 무대 정면에는 커다란 두 개의 산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이 산봉우리 앞 넓은 공간이 공연의 주 무대.

갑자기 조명이 꺼지고 사방이 칠흑 같은 어둠속에 빠져든다.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계곡의 잔잔한 물소리가 고요한 가운데 점점 크게 들려오는 순간 조명이 켜지고 바위 위의 스님들이 참선하는 모습이 보인다. 거대한 협곡의 자연무대를 배경으로 샤오린스와 연관된 실제 크기의 건물들도 하나둘씩 시야에 들어온다. 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션중샤오린 인위에다디엔’은 선경(禪境), 선정(禪定), 선무(禪武)), 선오(禪悟), 선송(禪頌) 등 5악장으로 구성된다. 전반적인 공연의 내용은 샤오린스 승려들이 도를 닦고 무예를 익히며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다는 이야기와 샤오린스 주변에 사는 목동의 이야기가 적절히 혼재돼 있다. 단 자연을 무대로 야외에서 벌어지는 공연인 만큼 비나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공연이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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