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정 동산, 영국데기 그 너머 어렵게 찾아간 곳에서 '시인 윤동주'를 만났다.

이 땅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서울을 거쳐 일본에 가 공부하다 일본땅에서 죽고

다시 이 땅에 와 묻힌 민족시인 윤동주. 그러나 이곳에선 그를 잘 모른다......


용정 동산 기독교 묘원에 위치한 시인의 묘지. 옆에 살구나무가 지키고 있다



다른 무덤보다는 좀 다듬어진 모습이다



해방되던 해 유월십사일 동생 일주, 광주 세우다



1945년 2월 16일 29세에 돌아가니

재주는 당대에 쓰일 만하고 시는 이 사회를 울릴 것이나

춘풍에 무정한 꽃 떨어지고 열매 없으니 안타깝도다


시인이라는 것이 그의 모든 것이다



정확한 시신은 찾지 못한듯 누이와 조카의 아쉬움이 돌로 남았다



돌아서며 다시 뒤돌아보는 시인의 묘소. 평안히 쉬소서


윤동주 장례식(1945. 3. 6)

------------------------------------------------------

아우의 인상화(印象畵)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애띤 손을 잡으며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은 진정코 설은 대답이다.

슬며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 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

또 다른 고향(故鄕)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魂)이 우는 것이냐

지조(志操)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

참회록(懺悔錄)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滿)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 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YANBI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월 녹색잔치  (1) 2006.06.25
연변의 야생화  (2) 2006.06.25
연길의 뜨거운 응원현장  (0) 2006.06.14
대~한민국  (1) 2006.06.14
연변한국국제학교8  (0) 2006.06.1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