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리 어디로 갔을까

                                        김성련

 

이젠 안 들린다

해마다 5월이면

아파트 거실까지 채우던 소리

밤이 깊을수록 더 와글거리며

침실까지 점령하던

개구리 울음소리

 

그 소리에 편승하면 쉽게도

어릴적 고향으로 달렸다

동구를 돌아 내를 건너면

봄물 가득한 논과 논둑

뚝방에는 아카시아 향기 아찔하고

찔레순이 붉고 통통하게 솟으면

꿩소리가 마을까지 내려왔다

하물며 밤길이면

그 소리에 마음까지 둥둥 떴다

 

이젠 들리지 않는다

개구리 운동장은 매립되고

구획이 정리되고

새 아파트가 올라가고

음식점에 세탁소에 슈퍼가 들어서고

5월이 되어도 거실을 채우는 건

달리는 자동차 소리뿐

 

다 어디로 갔을까

와글거리던 그 소리

다 어디로 갔을까

갑작스런 매립공사

새로 나버린 포장도로에 갇혀

그 소리들

어디로 갈 수나 있었을까

 

소리가 묻히고

그 소리에 실려 가보던

고향도 묻히고

찔레순 꿩소리도

따라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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