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김성련

몸져 누운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시 저녁에서 아침까지

길게 누워 있다

낮인듯 밤인듯

꿈 안인듯 꿈 밖인듯

어린 시절 고향도 나오고

젊었던 엄니도 나오고

소 띠끼던 구리고개가

리쟝 넘어가는

운남의 가파른 산길도 된다

 

몸부려 누운날

생각도 다 놓아버리고

일일회의 업무보고

모두다 놓아버리고

침대맡 라디오와

물컵과 티슈가 더 가깝다

어떻게 베면 베개가 편한지

어떻게 덮으면 발이 따뜻한지

그게 훨씬 중요하다

 

몸놓아 누운 날

눈물에 콧물에

닦아도 또 흐르고

풀어도 또 나오고

티슈가 어지럽다

겨우내 침전된 찌꺼기들

겹겹이 쌓인 불순물

다 흘려내고

다 닦아내고 싶다

그리고 다시

정결히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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