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망초입니다

김성련

 

길가에 논둑에 무리져 서서

연약한 줄기 서로 기대고

초여름 들녘을 무심히 지키는

나는 개망초입니다

 

아름답다 하는 이 없고

눈여겨 들여다 보고

향기 맡아보려 하는 이 없는

나는 그저 개망초입니다

 

나라 망할 때 들어왔다고

망할 망자 망초(亡草)인데

더욱 하찮고 보잘 것 없다고

개살구, 개복숭아, 개떡처럼

내 이름은 개망초입니다

 

그래도 나는

항상 누군가의 옆에 있어

등굣길 아이들 발걸음에 같이 아침을 열고

농부의 땀을 식히는 바람에 같이 흔들리고

손잡은 연인의 호젓한 저녁길에 같이 설레이는

나는 행복한 개망초입니다

2011. 6. 29.

written by daniel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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