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조(Li Qingzhao(리칭자오))는 송(宋) 나라 시대에 태어난 여류시인이다. 가끔 조선의 허난설헌과 비교하여 연구되는 중국의 유명한 시인이다. 그는 산동성 제남에서 태어났다. 제남은 공자님의 곡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한데, 나는곡부보다는이청조의 흔적을 보고 싶어서 제남에 가고 싶다. 이청조는문명으로 유명한 집안에서 자라 어렸을 때부터 시를 지어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하였고, 그의 문학적 재능을 인정해주었던 좋은 남편을 만나 비교적 순탄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 남편과의 사이가 좋았던지 남편이 먼저 병사한 후에 남편을 그리는 시도 많이 지었다. 하지만 남편 조명성이 죽고 난 후의 이청조의 삶은 슬픔에 가득찬 삶으로 전환되고 만다. 사랑하는 사람도, 남겨진 아이도 없이 홀로 외롭게 살아야 했으니 그가 남긴 사(詞)가 약 50여 편 되는데, 후기의 작품은 거의 슬픔에 찬 고통의 삶을 그린 것이 대부분이다. 한문에 능통하지 않은 내가 봐도 이청조의 작품은 참으로 대단하여 가히 남송사의 대표시인이며, 중국문학의 최고 여류시인이라는 칭호가 전혀 아깝지 않은 것 같다. 그의 문학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고, 갑자기 그의 시 한 수가 떠오른 이유는 내가 자꾸 이것저것 물어보는 장면이 이청조의 시의 장면과오버랩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청조의 여몽령(如夢令)이란 작품이다. 昨夜雨疏風驟(작야우소풍취) 어젯밤 성긴 비에 세찬 바람 濃睡不消殘酒(농수불소잔주)깊은 잠도 남은 술기운 깨우지 못해 試問捲簾人(시문권렴인) 발 걷는 아이에게 물어보니 却道海棠依舊(각도해당의구) 도리어 해당화는 전과 같다고 말하네 知否知否(지부지부) 그럴 리가, 그럴 리가 應是綠肥紅瘦(응시록비홍수) 푸른 잎새는 짙어지고 붉은 꽃잎은 말랐을 텐데
전날밤에 비가 흩뿌리고 바람은 세차서작가는 그 소리를 들으며 아마 마당의 해당화가 분명히 꽃잎이 졌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차마 내다보지도 못하고 그저 술만 마시며 떨어지는 꽃잎을 아쉬워할 뿐이다. 꽃잎은 어쩜 늙어가는 여인의 청춘에 대한 아쉬움의 상징일 것이다. 슬픔과 아쉬움을 잊기 위해 간밤에 마셨던 술이 채 깨지도 않아 아침에 침상에 누워서 떨어진 해당화 꽃잎이 궁금해 주렴을 걷는 종 아이에게 물어본다. 종 아이는 주인의 깊은 시름에는 관심이 없는 듯, 그저 "어제와 똑같은데요-'라고만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하기야 어린 종은 꽃이 피든 지든 상관이 없었으리라. 그럴 리가 있을까? 분명히 잎새는 푸르러지고, 꽃잎은 한 두 잎 떨어졌겠지 라고 생각한다. 어찌 떨어지는 해당화 꽃잎만 아쉬워 했겠는가? 청춘이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하고 애달파하는 시인의 마음일 것이다. < 신향숙 수필 '눈오는 밤에 바다꿈을 꾸며'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