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Road Kill)

김성련

겨울 아침 차가운 도로 위

선연한 붉음으로 뿌려졌다.

허옇게 초점 잃은 눈알에

비틀어 앙다문 이빨을 하고

안엣것 다 쏟아내 뿌려졌다.

낮에서 밤까지

웬 사연들이 그리바빠

끊임없이 내달리는 굉음(轟音).

건너야 만나고

건너야 먹는데

자동차 도로는

목숨을 거는 사선(死線)이다.

살붙이 찾아가려고

사선에 목숨을 건 운명의 새벽

가는 다리 떨리고

입안이 타들어가는 순간

도적처럼 달려든 괴물 앞에

갇혀버린 화이트아웃(white-out)

그리고 상황 종료(終了).

겨울 아침 차가운 도로 위

주검은

붉음으로 선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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