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현리를 지나며 

                                         김성련

동현리를 지난다
다시 가을인데
온 산천이 저리도 붉게 타오르는데
수줍게 알밤을 건네던 소녀
쓸쓸한 미소가 잔영으로 흐리다

그리도 무겁고 버거웠던가
가슴으로 흐르던 바람
끝내 가라앉히기 어려웠던가
차라리 수줍던 소녀로
그 자리에 멈출 수는 없었을까

다시 가을이고
소녀의 손에 있던 알밤처럼
온 산천은 다시 붉은데
바람을 재우지 못하고
바람 따라 흩어져 버린 너

너를 배웅하던
동현리를 지난다

2013.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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