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쯤 반송을 간다.

지팡이를 집은 어머니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들인지를 확인하시려고

얼굴을 잔뜩 찡그리시는 어머님.

복분자술을 가지고 아버님 산소를 간다.

아버님 다녀오겠습니다.

아버님이 일본으로 가시던 그때는

얼마나 굳은 각오를하셨나요?

작은아버지 묘소와 증조모 산소에도 절을 한다.

최후의 만찬이 아닌 이별의 오찬을 한다.

어머님은 다행히 식사를 잘 하신다.

식사중에 누님이 오셨다.

동생 먹이려고 생선을 준비해 오셨다.

밥을 먹으며누님의 수영연습에 대하여 듣는다.

큰 이별을 앞두고서

화제는 우회하여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등나무 아래에 나와서 이야기는 계속된다.

시간은 흐르고 이별은 가까와진다.

'엄니 이제 갈께요'

'그려' 하시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시는 어머니.

어머니를 안고 등을 두드려 드린다.

목에 큰 멍울이 걸려 말하기가 어렵다.

'내가 너무 늙어서.....' 하시며

다시 말끝이 흐려지는 어머님.

어머니는 이별에 자신이 없는 것이다.

헤어져 있는 3년이 자신이 없으신 것이다.

'어머니 90까지 건강하세요.

이 아들한테 효도할 시간 주셔야죠'

떠나는 차창 너머로

어머니는 계속 눈을 훔쳐 내고 계시다.

학교에 돌아와 정신없이 몇가지 정리하고

공주교육청에 가서 출국신고를 한다.

저녁은 학교 송별회이다.

먹고 술을 권하며 아쉬운 이별사를 반복한다.

모두 좋으시고, 성실하시고, 능력있으신 분들이다.

식사가 끝나고 그냥 헤어질 수 없으니

노래방을 간다. 모두들 가수다.

이별은 참으로 어렵다.

예수님은 사랑하는 제자둘과의

생사를 달리하는 이별 앞에서

최후의 만찬을 하시며

떡과 포도주로 당신을 기념하라고 하셨고,

이 세상으로부터의 단절을 앞두고는

그 감당키 어려운 고통을 토로하시고

제자들의 기도를 부탁하셨다.

그렇게어려운 이별을 하시고

온몸으로 수난을 당하시고

그리고 멋지게 부활하셨다.

주님 !!!

저에게도이별을 감당하는 힘을 주시고

이 이별을 제 삶이 한 단계 상승하는

소중한 계기로 삼아 주시고

나아가 멋진 부활을 지향케 하소서.

또 하나 저희 어머니께 건강을 허락하시어

90수를누리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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