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풍속 알고 나면 성서 속 궁금증 풀려요"

허영엽 신부 ‘성서의 풍속’ 펴내

▲ 허영엽 신부는“성서를 읽으면서 저 스스로 궁금했던 풍속들을 연구해보니 더욱 성서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말했다.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고, 사제생활만 20년이 넘었지만 저는 아직도 성서를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저뿐 아니라 주변에도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성서의 배경이 된 유대인들의 풍속을 알아보게 됐지요.”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장 허영엽 신부가 성서에 나오는 풍속들을 해설한 ‘성서의 풍속’(도서출판 이유)을 펴냈다. 그는 신학생 때부터 궁금했던 점들을 이스라엘 성지순례와 자료를 뒤져 찾아봤다.

가령 예수님의 ‘씨 뿌리는 사람에 관한 비유’가 대표적이다. 왜 농부가 뿌린 씨앗이 비옥한 밭이 아니라 길바닥이나 돌밭에 떨어질까? 허 신부는 “당시 중동지역 파종법은 우리나라처럼 밭고랑을 파고 씨앗을 뿌리고 흙을 덮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바람에 날리면서 뿌리는 식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누가 속옷을 가지려고 하거든 겉옷까지도 내주어라’는 예수님 말씀도 마찬가지. 고대 유대인의 의복을 모르면 막연한 감(感)만 잡게 된다. 유대인들에게 속옷과 겉옷은 중요성에서 비교가 안 된다.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의 긴 띠처럼 생긴 유대인의 겉옷은 일교차가 심한 사막기후에서는 밤엔 이불로도 사용된 생활 필수품이었다. 겉옷이 없으면 추위로 동사(凍死)할 수도 있었다. 유대 율법엔 겉옷을 담보로 잡아도 해질 때까지는 반드시 돌려주라 했을 정도였다. 따라서 예수님의 ‘겉옷까지 내주라’는 말씀은 자신의 전부를 내주라는 뜻이었다.


성서에서 나오는 ‘허리띠를 졸라매다’는 구절도 ‘대비하다’ ‘정신을 바짝 차리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유대인들의 옷은 겉옷을 걸친 후 허리띠를 매어야 완성됐으며 허리띠에는 구멍을 내서 돈이나 귀중품 또는 칼을 차게 돼 있었다.

허 신부는 “풍속을 알고 나면 성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학교 시절부터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며 교회와 사회를 연결하는 문제에 관심을 키워온 허 신부는 1998~2004년엔 신자들과 함께 성서를 공부하는 ‘성서못자리연구회’ 전담신부로 활동하기도 했다. 성서 속의 인물들을 친근하게 다룬 ‘성서 속의 인물들 1·2’를 펴내며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성서를 가까이 하도록 돕고 있다. 현재는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운영하는 ‘평화신문’에 ‘성서의 동·식물’을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형님 허근 신부, 동생 허영민 신부와 함께 ‘3형제 신부’로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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