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림(石林)에서

김 성 련


믿을 수 없다.

수억만 년전 이 곳이 깊은 바닷속이었다는 사실.

이 곳으로 상어가 유유히 헤엄치고

돌고래가 쌍쌍이 장난치고

돌돔떼가 군무를 즐기고

색색의 해초가 물결에 몸을 맡겨 흔들렸다는 사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심연의 해저가 솟고 솟아

드디어 고원이 되었다는 사실.

고원의 바위가 빗물에 녹고 녹아

봉우리가 되고, 기둥이 되고

폭포가 되고, 호수가 되고

드디어 드넓은 돌숲을 이루었다는 사실.


드넓은 돌숲은 그 안에

나무를 담고, 꽃을 담고

새를 키우고, 짐승을 불러들이고

봉우리는 봉우리끼리 스스로 변장하여

탑인 듯, 누각인 듯

호랑이인 듯, 소인 듯

무사인 듯, 소녀인 듯

어우러져 천태만상 큰 잔치 마당을 이루었다.


사랑하는 ‘아시마’를 부르는

‘아헤이꺼’의 애절함은 메아리로 돌아올 뿐인데1)

길은 돌고 돌아 돌숲 사이로 이어지고

쫓고 쫓기는 듯, 숨고 찾아내는 듯

한나절 사랑의 숨바꼭질을 하여도

온종일 달뜬 숨으로 올려보고 내려보아도

참말로 참말로 그 존재 믿을 수 없어

허탈하게 내뱉은 말

‘천하제일기관(天下第一奇觀)’2)


 

1) 石林의 유래로 전해지는 彝族 전설. 바위가 되어버린 꾸냥 아시마(阿詩瑪)와 청년 아헤이꺼(阿黑哥)의 기막힌 사랑 이야기

2)大石林 입구에 새겨져 있는 石林의 아름다움에 대한 총칭(總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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