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이야기 1

林紅. 흑룡강성 오상시조선족고중 3학년 여학생. 대학입시 675점으로 북경대 약학계열 합격.

그러나 임홍은 5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소아마비 환자인 아버지를 도와 반 가장이 되어 일하며 공부해 온 학생이다. 머리를 땋아 줄 사람이 없어 늘 단발머리를 하고 아침 저녁으로 불을 때고 밥을 해서 아버지를 모셔오면서도 언제나 낙관적이고 밝은 모습이었으며, 학교를 계속 다니려면 공부를 잘해서 학용품을 타고 장학금을 타야 했기에 열심히 공부하여 늘 1,2등을 놓치지 않았단다.

동네 사람들도 임홍이를 기특히 여겨 빨래감도 가져다 빨아주고, 채소나 김치같은 먹거리를 가져다 주었단다. 임홍이가 난생 처음 새 옷을 입어본 것은 고3 때였다. 늘 남의 헌옷을 받아 입다가 교장선생님이 그것을 알고 새 옷을 사준 것인데 새 옷을 받아들고 어린애마냥 펑펑 울었단다.

흑룡강성 조선족 수험생 이과수석을 하며 북경대에 당당히 합격했으나 학비가 1년에 6천원이고 생활비에 당장 북경까지 갈 차비도 없는 처지인지라 평소 연길성당 신부님과 안면이 있는 흑룡강성 나춘봉 기자가 임홍을 데리고 밤을 새워 연길에 온 것이었다.

그날 연길성당에서는 임홍을 위하여 2차 봉헌을 했다. 많은 신자들이 나름껏 모은 돈이 당장 평소 주일봉헌금의 두 배를 넘었다. 미사가 끝나고 나는 성당 옆에 가서 두 사람을 만났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키에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안경을 끼었는데 눈빛에 총명함이 배어 있고 대답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정확했다. 나는 따로 약간의 돈을 넣은 봉투와 명함을 주었다. 나중에 어려움이 있으면 연락 달라며.... 그러나 나중에 생각하니 잘못한 것 같았다. 마음 여린 소녀가 어렵다고 어찌 먼저 도움을 청하겠는가? 이쪽에서 알아서 도와주면 몰라도. 긴 막대 휘둘러도 걸릴 것이 없는 가난한 조선족의 딸이지만 이 넓은 중국의 수도 북경에 가서 소중한 뜻 마음껏 펼치고 인재 중의 인재로 성장하길 간절히 기원하며 며칠 동안 그를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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