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 구채구(九寨溝)
양 옆으로 깎아지른 산 속을
하루 종일 가는 사천의 민강(岷江) 골짜기,
종일 가다 다 못 가 천주사에서 하룻밤 자고
신 새벽 몰아 들어선 깊은 산 속 구채구.
하늘 신선이 남 보이기 싫어
꼭꼭 감추었던 심심산천에
온통 물의 나라, 물의 잔치 이루었다.
불꽃바다, 나무바다, 갈대바다, 거울바다,
긴바다, 백조바다, 팬더바다, 호랑이바다.
수십리 계곡을 바다는 바다로 이어져
비췻빛 하늘을 에머랄드로 담아내었다.
파란 듯 풀빛인 듯 고인 물은 흘러넘쳐
다시 진주탄으로 낙일랑으로 수정으로
부서지는 폭포 되어 쏟아진다.
가도 가도 물소리
걸어도 걸어도 물빛인데
이내 몸도 젖어들어
내가 물인 듯 물이 나인 듯
머리로 가슴으로 흘러넘친다.
장족(藏族)이 아홉 마을 이루어
이쁘게 살았다는 샹그릴라 구채구.
그 물소리와 물빛이 따라와
아직도 나를 흐르고 있어
이제 다른 물은 보이지 않을 듯싶다.
2007.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