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자연유산 [거문오름], 화산지형과 식물의 보고
"오는 8월 15일까지 허락된 한달간만 사전 예약없이 탐방가능"
한라산 백록담이나 다른 오름은 맘만 먹으면 언제든 올라 갈 수 있다. 입산 통제시간만 지키면 말이다. 그렇지만 거문오름은 다르다. 철저하게 사전 예약과 입산 허가가 있어야 한다. 동반할 때는 반드시 해설사의 통제에 따라 단체로만 올라 갈 수 있다. 그것도 하루에 딱 3백명, 아침 9시부터 한시간 간격으로 세차례, 최소 이틀전까지 예약한 사람들에게만 허용된다. 매주 화요일은 ‘자연 휴식의 날’로 정해져 누구도 드나들 수 없다.
이렇게 깐깐한 거문오름이 오는 8월 15일까지는 누구에게나 개방된다. 일년 중 딱 여름 한달 간만 거문오름 국제트레킹 기간(2011.7.17-8.15)에 허용되는 것이다. 제주의 다른 유명 관광지보다 서둘러 가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탐방입장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1시까지로 제한된다. 늦어도 1시전에 가서 탐방안내소에서 출입증을 걸고 안내를 받아 트레킹을 시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거문오름’이 왜 특별한 곳인가!
첫째 거문오름은 용암동굴계를 형성한 어머니와 같은 산이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만장굴, 김녕굴, 벵뒤굴, 당처물동굴같은 동굴들이 모두 거문오름 분화구에서 터진 용암이 북동쪽 바닷가까지 흘러내리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다. 유네스코 자연유산 조사단이 거문오름을 조사 한 뒤 극찬한 오름이 바로 거문오름이다. ‘검’이란 어원적으로 ‘신령스런 산’이라는 말에서 파생됐다.
두 번째는 백록담보다 넓다는 거문오름 분화구의 숲을 이유로 들 수 있다.
분화구내에는 삼나무숲과 넓은잎 나무숲, 붓순나무, 식나무 같은 온대와 난대림이 더불어 공존하는 숲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곳곳에 수직동굴과 용암계곡, 화산탄 등 용암의 흔적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30만년 전 용암동굴의 자궁 속에 들어와 있는, 마치 모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을 준다. 제주 휘파람새, 동박새, 곤줄박이, 멧비둘기, 큰오색 딱따구리들의 새소리는 보너스다.
바위틈새에서 나오는 풍혈(風穴)은 분화구를 걸으며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금새 식혀준다. 두 곳의 풍혈이 나오는 장소는 마치 에어컨을 틀어 놓은 듯 주변 온도보다 6-7도 가량 낮아져 희뿌연 안개를 형성한다. 자동차에 에어컨을 세게 틀면 김이 서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세 번째는 분화구 탐방로를 마쳤다면 오름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9개의 오름을 순방할 차례다.
상서로운 기운을 품고 있는 거문 오름은 그 중 용과 봉황의 기운이 스며있는 상징의 오름이다. 구부구불 이어져 내리는 높고 낮은 봉우리의 집합인 구룡(九龍)중 일룡(一龍.456m) 직전에 위치한 거문오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10여개 오름들은 왜 거문오름이 용암동굴계의 모체(母體)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여기까지 걷는데 모두 8킬로미터, 약 3시간이 소요된다. 분화구와 오름 탐방로의 모양이 태극무늬를 닮았다고 하여 ‘태극길’로도 불린다.
만약 힘이 남아있다면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려간 길 약 5킬로미터를 걸어보라.
분화구에서 분출된 용암류는 해안까지 지형경사를 따라 북동쪽으로 흘러가면서 ‘선흘곳’이라 불리는 독특한 곶자왈 지형을 만들었다. 왼쪽으로 방향을 튼 용암이 벵뒤굴(미공개)을 만들었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용암은 만장굴,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 동굴을 만들며 바닷가까지 흘러간 것이다.
또한 제주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한 화전민터, 숯가마터, 역사의 아픔이 된 4.3당시 도피처로 이용된 곳, 가시딸기 군락지와 웃밤오름 등을 만날 수 있다.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마지막에는 동굴카페에서 녹차를 맛보며 피곤을 달래면 거문오름 탐방을 모두 마치게 된다.
자! 이제 결심이 섰다면 떠나라! 거문오름으로......
◈ 문의:거문오름탐방안내소(064-784-0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