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성정동성당 제대>
사순시기(四旬時期)의 전례
사순시기는 우리의 육체적 고신극기나 단식을 통한 참회의 생활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참여하여 새 생명으로 부활하는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사순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축일 전 6주간 중에서 주님의 축일을 뺀 40일간이다.
40 이라는 숫자는 성서에서 중대한 사건을 앞두고 준비하는 기간을 상징하고 정화하는데 필요한 기간을 나타낸다.
노아 홍수로써 새 세상을 준비하는데 40주야 비가 내렸고(창세 6, 5-7, 22 참조), 이스라엘이 약속된 복지에 들어가기 위해 40년간 광야에서 준비해야 했고(신명 29, 4), 모세가 하느님께 계명을 받기 전에 40주야 엄재하였고(신명 9, 18), 예언자 엘리야가 하느님의 산 호렙에 가기 위해 40주야를 걸었고(열왕 상 19, 7-8), 예수께서 공생활을 하기 전 40주야 단식하셨으며(마태 4, 1-11), 승천하기 전 40 일 동안 지상에 머무셨다(사도 1, 3).
그러므로 40 이라는 수는 참회와 속죄로 생활의 혁신을 촉구하며 하느님과 만나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하는 기간이다.
재의 수요일
이날부터 제의는 자색으로 바뀌고 재를 축성하여 이를 머리에 얹는 예식을 거행하는 등 성당의 전체 분위기가 침울해진다.
재는 죽음을 상징하고, 재를 얹는 것은 방자했던 자신을 채찍질하여 낮추고 참되게 사는 방법을 찾도록 한다.
사제는 재를 축성하여 "사람은 흙으로 낳으니,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창세 3, 19) 하며 자신과 신자들의 머리에 얹는다.
교회는 이날 단식재와 금육재를 지키기를 명하고 극기, 금욕, 자선을 권장한다. 이는 악의 세력과 싸워 이기기 위한 훈련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거룩한 재계로 그리스도 신자로서의 전투를 시작하며 주께 비오니, 악의 세계를 대적하려는 우리로 하여금, 극기의 보루로 진을 치게 하소서" 하고 본기도를 바친다.
사순시기의 각 주간
사순시기 동안의 미사는 세 가지에 중점을 두고 전개된다.
첫째는 성세이다. 성토요일에 세례식을 하기 때문에 미사의 독서나 기도문은 성세를 주제로 한다. 이미 성세를 받은 신자들도 성세의 은총을 회복 내지 증가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는 속죄이다. 원래 사순시기 동안 죄를 범한 신자들이 공적으로 보속을 했다. 그래서 미사경문은 '마음을 찢는 속죄'와 '재계와 단식'을 강조하고 희생과 기도와 자선을 되풀이하여 말한다.
셋째는 예수님의 수난이다. 수난의 의미는 사순시기 전체에 흐르고 있지만 사순 제5주간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사순시기 초에는 예수님의 외적 수난사건을 앞서 예수님이 어두움과 악의 세력과 투쟁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사순 제5주간부터는 예수님의 수난이 극대화하여 성주간에는 절정에 달한다.
성주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전 한 주간을 성주간이라 한다. 이는 예수님이 위대한 구원사업을 이룩하는 때요, 교회전례의 정점을 이루기 때문이다. 성주간은 예수수난(성지)주일부터 시작된다. 성지주일에 사제는 홍색 제의를 입고 성지(빨마가지)를 축성하여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죽음에 처할 분이지만 그 죽음을 쳐부술 왕이며, 파괴될 성전이지만 새로이 건설될 성도 예루살렘(교회)의 왕으로 오시는 그리스도께 다함께 '호산나'를 부르며 환영한다.
말씀의 전례 때에는 수난사(受難史)가 봉독된다. 성월요일에는 예수님의 죽음(장례)을 예고하고, 성화요일에는 제자들의 배반을 예고하고, 성수요일에는 예수님이 당신이 어떻게 죽으실지 예고하신다.
성삼일(빠스카 3일)
그리스도께서는 구속사업과 하느님의 완전한 영광을 드러내는 사업을 당신의 빠스카 신비를 통하여 완성하셨다. 그것은 인간의 죽음을 당신의 죽음으로 쳐이기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새 생명을 마련하셨기 때문에 주님의 수난과 부활의 빠스카 성삼일은 교회 전례주년의 절정이고, 성삼일의 정점은 부활주일이다.
성삼일은 성주간의 후반부 3일인데 주의 만찬으로 시작되고 부활 전야제로 절정을 이루며 부활주일 저녁기도로 끝난다.
성목요일
이날은 우리 주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사랑의 계명'을 유언으로 남기셨고,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식사를 하시면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심으로써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셨다. 이 성체성사와 함께 사제직을 설정하심으로써 당신의 구원성업을 세세에 전하여 모든 이가 하느님의 무한한 은총을 받게 하셨고, 올리브 산에서 피땀을 흘리시면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외로운 투쟁을 하셨으며, 마침내 사랑하시던 제자 유다 이스가리옷의 배반으로 이교들의 손에 붙잡히셨던 날이다.
성목요일의 전례는 예수님이 당신 사제직을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에게 주셨음을 기념하는 성유 축성 미사와 예수님이 수난하시기 전날 제자들과 나누신 마직막 저녁 식사로써 당신을 만민에게 주심을 기념하는 주의 만찬미사가 있다. 새 계약이 맺어지고 "서로 사랑하라"(요한 13, 34)는 새 계명이 선포되는 미사이다.
성금요일
이 날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의 길'을 따라 죽음의 산 골고타로 오르셨고, 하느님과 인류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위하여 십자가 상에서 희상제물로서 죽으시고, 우리의 죽음을 물리치기 위해 땅에 묻히신 날이다.
성금요일 전례를 교회가 미사를 드리지 않는 유일한 날이며 예수님이 운명하신 오후 3시 경에 수난예식을 거행한다.
사제는 홍색 제의를 입으며 제단에는 십자가도 촛대도 제단보도 없다.
성토요일
이 날은 교회가 주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날이다. 제대도 벗겨진 채 그대로 있고 미사도 드리지 아니한다. 그러나 밤이 깊어오면서 우리는 부활의 희망에 부푼다.
부활성야는 주께서 무덤을 여시고 영원한 승리를 이루신 죄와 죽음으로부터 참 삶으로 건너가심(빠스카)을 기억하는 밤이다.
성토요일의 전례는 모든 전례의 극치를 이루며 성세를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부활하여 그리스도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한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한다.
우리의 생활
사순절을 '거룩한 40일' 혹은 전 그리스도인의 '40일간의 연중피정' 시기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편하기만을 바라는 육체의 요구를 거절하고 단식과 금육을 요구하는 교회의 정신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산만한 생활에 정신을 빼앗겼던 자신을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죄에 빠지지 않도록 속죄의 생활로써 혁신된 생활을 할 것이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고통을 당하고 죽을 때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한다'는 원칙 하에 자기에게 맞는 기도와 선행으로써 그리스도를 만나도록 노력할 것이다.
- 마리아 1994년 1~2월 6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