八道의 가을
- 김성련
가을은 깊어가고
논밭에서 손길들은 바쁘다.
어릴적 황혼녘 들판
손끝에 피배며
볏단을 묶고 나르고 쌓았던 일
지금 수십년을 훌쩍 넘어
연변땅 팔도 마을에서 다시 본다.
차가운 저녁 어스름 속에서
남편과 아내는 재게 손을 놀리고 있다.
소는 마른 옥수수 잎사귀 씹고
신작로길을 차 한대가 먼지 일며 지나간다.
어릴적 가을 어스름은 늘 바빴다.
한기는 옷깃을 파고 드는데
아버지와 형제들 식구들
볏단을 묶고 나르고 또 쌓았다.
어둠에 밀려 일마치고
흙발로 사립문 들어서면
초가집 처마에 호야불 비치고
어머니가 바삐 준비하신
늦은 저녁을 먹으며 시장기를 달랬다.
오늘 연변의 팔도에서
어릴적 늦가을 저녁이 한없이 그립다.
※ 사진은 길림성 용정시 조양천진 팔도마을의 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