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대(迷魂台)

김 성 련


오히려 가까운 하늘과

까마득한 계곡의 중간에 서서

나는 몹시 혼란스럽다.


수천 길씩 위태로이 도열한

바위 기둥 기둥과

그 기둥의 허리에 머리에

어지러이 둥지튼 나무와

골짜기로 깔리는 운무(雲霧) 속에서

나의 평정(平靜)은 무너진다.


추스르려 해도 혼란스럽고

다잡으려 해도 무너지는

작은 존재(存在).

그냥 놓아버리는 것이다.

그냥 맡겨버리는 것이다.


맡기고 두 팔 벌리면

우화등선(羽化登仙)

저 그림 속을 날 수도 있으리라.

날다가

건곤주(乾坤柱) 암봉에 올라 앉으면

천년학도 될 수 있으리니.

도화수(桃花水) 물가에 내려 앉으면

무릉(武陵)의 어부도 될 수 있으리니.


2008. 4. 29.


※ 미혼대(迷魂台) : 중국 호남성 장가계시 무릉원풍경구에 있는데

‘사람의 혼을 빼놓을듯 아름다운 곳’이라는 뜻임

※ 건곤주(乾坤柱) : 높이 300여 미터의 무릉원 바위기둥으로

‘하늘과 땅을 떠받친 기둥’이란 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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