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성당>


<중국은관에서 발부하는'종교활동장소등록증'을 게시해야 하고, 사진처럼 정부 종교국의 표창패도 있다>

나의 신앙의 길 9. 내 하늘가의 마지막 정토는 어디에?

- 전 사베리아

북경에는 북경교구천주교 신문인 ≪천광(天光)≫보가 있다. 8월 15일 신문에 ≪애국회는 하느님이 중국신도들에게 베푼 귀중한 선물≫이라는 문장을 실어 중국천주교애국회의 성립 60돐을 기념하였다. 나는 이전에 연길에 있을 때도 연길성당 대문에 “천주교애국회”(내 기억으로는)라고 적혀있어서 중국의 모든 성당들은 반드시 “애국회”라는 단어를 적어넣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모든 천주교가 전부 애국회의 소속인줄 알았다.

그런데 성당에 자주 나가면서 나는 교우들의 입을 통해 그 무슨 “지하종교”요 “지상종교”요 하는 단어들을 듣게 되었다. “지상종교”라면 당연히 합법적인 “애국회”소속을 가리킬 것이고 그렇다면 천주교에 불법적인 “지하종교”가 있단 말인가? 일반적으로 “지하종교”라면 正道를 걷고 있는 종교에 비해 사이비한 종교를 가리키는 것인데 이들이 가리키는 “지하종교”가 천주교의 교리에 어긋나는 종교라는 말인가? 합법과 불법의 차이를 어디에 둬야 하는가?

나의 머리에는 많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합법과 불법이란 단어의 적용이 종이장을 뒤엎듯 바뀔 수도 있음을 보아냈다. 애국회를 가지고 있는 성당은 “지상종교”로서 중국의 종교법으로 볼 때 합법적인 종교일 것이지만 주교를 자체로 축성하는 중국의 “지상종교”가 바티칸에서 볼 때에는 불법일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지하종교”라고 일컸는 그 단체가 중국에서는 불법이지만 바티칸에서는 합법일수도 있다는 모순에 빠지고 말았다.

나는 내가 믿는 순수한 신앙에 정치가 비치일 때 이같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음을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

“8.15”광복 후 동북에는 소련홍군이 들어왔었다. 공산당군대가 미처 동북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 소련홍군은 장개석과 손을 잡고 동북에 들어왔었다. 공산당군대의 동북진출을 막으려는 장개석의 부탁을 들어줬던 것이다. 따라서 소련은 중국 동북에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고 했었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많이 실망했었다. 소련은 첫 사회주의 국가이고 중국공산당에 많은 도움을 줬던 형제였다. 그런데 파쑈를 물리치고나니 애당초 형제의 우애는 간데온데없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고 장개석의 소원들 들어줬던 것이다. 물론 2차세계대전 때의 양국 공산당의 관계를 봐서 적지 않은 소련홍군들이 장개석의 눈을 피해 공산당의 동북진출에 길을 열어주기도 했지만 공식적으로 배신한 것만은 사실이었다. 나는 참으로 이 세상의 이념이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같은 공산주의를 신봉한다하더라고 관건적인 시각에는 형제고 뭐고 자신의 이익부터 챙기려하는 그런 모습에서 역시 당파는 절대적이 못되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천광≫보에서 나는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1932년 3월 1일 일본의 사촉하에 동북에 위만주국이 세웠졌다. 모두들 승인하지 않는 이 괴뢰정부를 바티칸에서 승인했을 뿐만 아니라 개국식에 대표까지 파견했다고 씌여져있었다. 그리고 1937년 7월 7일 중국의 전면적인 항일이 시작될 때 교황청에서는 중국 신도들에게 지령을 보내 “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이에 공산당이나, 국민당이나 한결같이 반대해 나섰다. 로마교황청에서는 당시 왜서 그런 선택을 했을가? 무슨 이유였을가? 나는 신문에 실은 이 내용들이 “천주교애국회”의 합리화를 위해 꾸며낸 중국의 억지는 아니라고 본다. 중국에는 애국통일전선이라는 것이 있다.이는 일본이 무조건적 투항을 선포한 후 제기된 구호인데 최초의 원칙은 중국공산당을 옹호하든 옹호하지 않든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면 모두 이 통일전선의 일원으로 될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당시 많은 당파와 민주인사들을 단결하여 승리를 이룩해내는데 적극적인 기여를 하였다. 오늘의 애국통일전선은 여기서부터 비롯된 것인바 천주교의 애국회도 이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천주교 애국회의 취지는 아래와 같다. “전국의 성직자들과 신도들은 단결하여 애국주의 정신을 발양하며 국가의 정책과 법률을 지키고 조국의 사회주의 건설에 적극 참여하며 국제 천주교인사들의 우호적인 왕래를 추진하고 제국주의와 패권주의를 반대하며 세계평화를 수호할 뿐만 아니라 정부를 협조하여 종교신앙자유정책을 관철한다.(团结全国神长教友,发扬爱国主义精神,遵守国家政策法令,积极参加祖国社会主义现代化建设,促进国际天主教人士的友好往来,反对帝国主义、霸权主义,保卫世界和平,并协助政府贯彻宗教信仰自由政策。)”이는 긍정적이고 지당한 말이다.

그런데 뭐나 도를 넘으면 애초의 성격이 변하기 마련이다. 그처럼 신성한 종교도 세속의 정치와 얽히었을 때 판단이 흐려지는바 이는 같은 공산주의를 신봉하던 나라라 할지라도 서로의 이익관계에 있어서는 배신할 수도 있는 세속의 이념과 다를 바 없다. 현재 중국의 천주교애국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애당초 애국통일전선의 민주주의 정신은 점점 색이 바래지고 당과 정부의 영도만 강조하다보니 애국회는 현재 정부에서 종교단체를 공제하려는 기구로만 존재하고 있다. 물론 건국초기 통일된 국가를 건설하고 안정시키는데 “애국회”는 적극적인 기여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신앙과 애국을 분별하지 못할만큼 신도들이 어리석지 않다.

중국의 종교문제에 대해 중국사회과학원의 류팽(刘澎),임연려(任延黎) 등 많은 학자들은 종교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 정부가 교회를 운영하지 말며 교회가 자체로 움직이게 하여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사이 정부의 지나친 관여로 하여 종교내부에 관료주의가 형성되었으며 오히려 “지하종교”가 점점 활성화되고 “지상종교”의 힘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종교체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학계의 논거이다. “정부와 종교”문제에서 중국은 1950년대의 소련을 본받아 “국가가 종교를 공제하는 모식”을 도입하였다. 이는 정교합일이나 정교분리가 아니라 “관리와 피관리”의 모식이다. 의법치국가로 나가려는 현시점에 종교법을 보다 완벽화 하여 정부의 관여가 아니라 법에 의해 운영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 요즘 학자들의 목소리이다. 법이 보다 완벽화 된다면 같은 종교문제를 가지고 지방 종교국마다 나름대로 판단하고 결정짓는 혼란은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이런 목소리들이 있는 한 나는 중국의 종교환경이 나아지리라 믿는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중국에서 주교를 자체로 축성하는데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달 할 수 없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되기 전에 일부 주교들이 외세의 영향으로 중국에 불리한 일들을 했기 때문에 오늘의 현황을 빚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홍콩의 진일군(陈日君)추기경은 중국에서 자체로 축성한 주교들 중 적지 않은 주교들이 양심의 가책을 받아 교황청에 용서를 구함과 동시에 승인해줄 것을 신청했으며 교황청도 조사를 거친 후 너그러운 태도로 그들을 승인해줬다고 했다. 올해 5월 18일,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베드로광장에서 열린 공개모임에서 중국교회와 중국의 신도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세계 여러 신도들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이처럼 복잡한 정치종교문제를 생각하기에 나란 존재는너무나도 보잘것없다. 나는 다만 중국의 종교환경이 보다 과학적이고 보다 나아질 것을 바랄뿐이며 중국의 성직자들이 하늘을 우러러 보다 양심적으로 목회하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이며 바티칸 교황청이 보다 성스럽기를 바랄뿐이다.

주위의 신도들은 불법적인 성직자가 집전하는 활동에는 성령이 임하지 않는다면서 참가하지 말아야한다고 했다. 누구를 위한 “불법”인가. 나라에서 지명한 “불법”성직자의 명단을 평신도는 일일이 알 수 없다. 교황청에서 지정한 “불법”성직자의 명단은 더구나 알 수 없다.

나는 갑자기 내가 참여하는 이 미사가 “합법”인지 “불법”인지 회의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앞의 문장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분에 대한 내 사랑과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분은 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니까.

내 하늘가의 마지막 정토, 나는 이 절대의 진리를 “말씀”에서 찾으련다.(201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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