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소화
초라한 궁녀
임금의 눈에 들어
하룻밤 새 빈으로 신분상승

그러나 그날 이후
님은 한번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죠
그리움에 사무쳐 외로움에 지쳐
점점 난 시들어만 갔어요

내가 죽으면
내 처소옆 담장밑에 나를 묻어줘요
혹여 님께서 나를 찾거든
여기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노라 전해주세요

님의 발자국 소리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우고
내 몸에 흡착판 달아
담장을 기어올라 벽에 바싹붙어서
임금님 행차하실 때
멀리서라도 볼 수 있다면
북받치는 설움에 흐느끼진 않을텐데

한 여름날
궁궐 돌담을 휘감은 주홍빛 통꽃이
툭 하고 애처로이 떨어지거든
복숭아빛 뺨을 가진 소화라는 궁녀가
여기에 조용히 누워있다고
기다림에 지쳐서 끝내
눈을 감았노라 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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