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아천(月牙泉)에서
김 성 련
명사(鳴沙)는 월아(月牙)가 있어 눈부시고
월아(月牙)는 명사(鳴沙)가 있어 빛난다.
모래에 찍히는 발자욱은
돌아서면 쓸려 흔적도 없지만
월아(月牙)는 명사(鳴沙)에 싸여
오히려 천년을 맑게 출렁이고 있다.
천군만마가 부딪혀 싸우던 그 밤도
천축(天竺) 가던 혜초(慧超)가 고달피 찾았던 저녁도
비단 실은 대상(隊商)이 밤새워 도착한 그 아침도
월아(月牙)는 모두 새겨 간직한 채
천년을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성급한 나그네 피하려는 듯
우는 모래 언덕 너머에 꼭꼭 숨었다가
초승달인 듯 외씨인 듯 수줍은 신부인 듯
가만히 나타나는 월아(月牙)는
돈황(敦煌)의쪽빛 하늘 가득 담고
명사(鳴沙)의 모래 울음되새기며
오늘도 눈동자로 반짝이고 있다.
2008. 7. 23.
※ 중국 감숙성 돈황에는 ‘우는 모래’라는 뜻의 명사산(鳴沙山)과
그 안에 ‘초승달 샘’이란 뜻의 월아천(月牙泉)이 동거하고 있다.
<모래언덕에서 내려다 본 월아천의 초승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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