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

/고속도로를 달리며/

[바람처럼] 2009. 7. 9. 15:32



고속도로를 달리며

김성련

새로 난 고속도로를 달린다.

씽씽 잘도 나아간다.

예전에 골짝길 지나 들판 건너 마을 앞으로

한없이 가던 길을 단숨에 주파한다.

서천 장항도 잠깐이면 가고

당진 대전도 멀지 않다.

고속도로는 근대화의 상징이다.


고속도로를 달린다.

좌우로 보이는 게 없다.

정산 지나 미당 지나 장평 지나

다시 은산으로 홍산으로 문산으로 가던 길을,

이 동네는 고추가 많이 나고

저 동네는 보신탕이 유명하고

여기는 들이 넓어 부자가 많고

저기는 친구 아무개의 고향이라고 다니던 길을

다 잃어버리고 앞만 보고 간다.

고속도로에는 사연이 없다.


새로 난 고속도로를 달린다.

쭉쭉 뻗은 새 길은

땅값싼 산자락을 골라서 치고 나아가고

골짜기는 아득한 기둥 위로 건넌다.

산줄기는 곳곳마다 브이자로 잘렸다.

산줄기를 타고 내려와 마을로 들로 이어지던

땅속 물줄기가 끊어지고 길이 없어지고

고라니도 오소리도 토끼도 뱀도

멧돼지도 노루도 고슴도치도 다람쥐도

산 위에 갇혀 밤으로 낮으로

건널 수 없는 길만 내려다본다.

고속도로는 오만한 일방통행이다.

2009.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