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E

강아지풀

[바람처럼] 2009. 9. 2. 22:12



강아지풀


박용래



남은 아지랑이가 홀홀 타오르는

어느 역 구내 모퉁이

어메는 노오란 아베도 노란 화물에 실려 온

나도사 오요요 강아지풀.

목마른 침묵은 싫어

삐걱 삐걱 여닫는 바람 소리 싫어

반딧불 뿌리는 동네로 다시 이사 간다.

다 두고 이슬 단지만 들고 간다.

땅 밑에서 옛 상여소리 들리어라.

녹물이 든 오요요 강아지풀.

강아지풀 / 길상호

지난세월 잘도 견뎌냈구나

말복 지나 처서 되어 털갈이 시작하던

강아지풀, 제대로 짖어 보지도 못하고

벙어리마냥 혼자 흔들리며 잘도 버텨냈구나

외딴 폐가 들러 주는 사람도 없고

한 움큼 빠져 그나마 먼지 푸석한 털

누가 한번 보듬어 주랴, 눈길이나 주랴

슬픔은 슬픔대로 혼자 짊어지고

기쁨은 기쁨대로 혼자 웃어넘길 일

무리 지어 휘몰려 가는 바람 속에

그저 단단히 뿌리박을 뿐, 너에게는

꽃다운 꽃도 없구나

끌어올릴 꿈도 이제 없구나

지금은 지붕마다 하얗게 눈이 내리고

처마 끝 줄줄이 고드름 자라는 계절

빈집에는 세월도 짐깐 쉬고 있는 듯

아무런 기척 없는데 너희만 서로

얼굴 비비며 마음 다독이고 있구나

언 날이 있으면 풀릴 날도 있다고

말엾이 눈짓으로 이야기하고 있구나

어느새 눈은 꽃잎으로 떨어져

강아지풀, 모두 눈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