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

/재의 수요일에/

[바람처럼] 2010. 2. 20. 12:28


재의 수요일에

김성련

머리에 재를 얹었습니다.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사제의 목소리가

온 몸을 울립니다.

한 목숨 끝나는 날

혹은 젠체하고 자랑하고

혹은 아파하고 번민하던

부질없는 인생이 송두리째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날은 바로

문 뒤에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너희는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어라"

말씀은 다시 가슴을 울립니다.

마음을 열어찢어

볕에내걸어도 좋을 것을.

하여 다 드러내 놓고 감히

당신앞에 바로 설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을.

속을 비워

머리가맑아진

수요일 저녁

호산나 외치던

성지가지 태운

재를 머리에 얹었습니다.





* 가톨릭 교회에서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은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교회력속의 절기를 말한다. 교회는 재를 이마에 바르고, 죄를 고백함으로써 그리스도의 고난을 40일간 묵상하는 사순절의 의미를 생각한다. 이때 사용한 재는 성지주일에 사용한 종려나무 가지를 태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