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
광화문 光化門
[바람처럼]
2010. 10. 20. 22:45
광화문(光化門)
- 서정주
북악(北岳)과 삼각(三角)이 형(兄)과 그 누이처럼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다가
형의 어깨 뒤에 얼골을 들고 있는 누이처럼 서있는 것을 보고 가다가
어느 새인지 광화문(光化門) 앞에 다다랐다.
광화문은
차라리 한 채의 소슬한 종교(宗敎).
조선 사람은 흔히 그 머리로부터 왼 몸에 사무쳐오는 빛을
마침내 보선코에서까지도 떠받들어야 할 마련이지만,
왼 하늘에 넘쳐 흐르는 푸른 광명(光明)을
광화문― 저같이 으젓이 그 날갯죽지 위에 싣고 있는 자도 드물라.
상하 양층(上下兩層)의 지붕 위에
그득히 그득히 고이는 하늘.
위층엣 것은 드디어 치~ㄹ치~ㄹ 넘쳐라도 흐르지만,
지붕과 지붕 사이에는 신방(新房) 같은 다락이 있어
아래층엣 것은 그리로 왼통 넘나들 마련이다.
옥(玉)같이 고우신 이
그 다락에 하늘 모아
사시라 함이렷다.
고개 숙여 성(城) 옆을 더듬어 가면
시정(市井)의 노랫소리도 오히려 태고(太古) 같고
문득 치켜든 머리 위에선
파르르 죽지 치는 내 마음의 메아리
<현대문학>,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