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
/겨울 기도/
[바람처럼]
2012. 12. 4. 10:36
겨울 기도 / 김성련
겨울밤은 깊고
생각은 또렷하여
온통 당신께로 향합니다.
순간을 살며
감히 영원을 바라보게 하시고
미천함에 묻혀서도
감히 거룩을 꿈꾸게 하신
당신을 바랍니다.
지나온 발걸음이
너무 하찮아 부끄러워도
내다보는 앞날이
문득 깊은 안개속이어도
당신께서 손잡아 주시면
고개 들고 어디라도
따라설 듯합니다.
바람을 꾸짖어
호수를 잔잔하게 하시고
말 한 마디로
나자로를 사망굴에서 불러 세우신
당신의 능력,
간음한 여인을 향한
분노한 군중의 돌팔매를 거두시고
열두 제자의 거친 발을
하나 하나 씻고 닦아주신
당신의 사랑,
그러나 무엇보다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고
애타게 거듭하신
하느님을 건 당신의 진실에
기꺼이 몸 던져
당신을 따라나섭니다.
밤은 심연인 듯 깊고
먼 소식 눈으로 내리는데
당신 향한 마음의 심지 돋우고
오늘밤은 그저
하얗게 새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