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제주 3
16년 만에 개방된 한라산 [사라오름](해발 1324m)
오름은 큰 화산의 옆쪽에 붙어서 생긴 작은 화산을 말한다. 제주도에는 한라산 자락에 작은 기생화산의 흔적인 오름이 386개나 된다.
한라산 국립공원은 지난해 가을 국립공원내에 위치한 40개의 오름을 공개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이 접하는 오름은 국립공원 밖에 있는 것들이었다. 이번에 공개한 오름 중 사람들의 시선을 끈 곳은 여행 마니아들에게도 생소한 ‘사라오름’이었다.
‘사라오름?’
사라오름이 관심을 끈 것은 ‘작은 백록담’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다. 이 오름은 성판악에서 백록담으로 오르는 주등산로 옆에 있는데 오름 정상에 비밀스러운 호수가 숨어 있다.
또 사라오름에서는 서귀포 일원과 한라산 정상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어서 긴 코스의 등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시원한 삼나무 숲길을 따라가는 길
사라오름으로 오르는 길은 성판악휴게소에서 시작된다. 성판악휴게소에서 등산로로 발걸음을 옮기면 곧바로 숲속으로 들어서게 된다.
성판악휴게소에서 등산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백록담을 보기 위해 한라산 정상 등정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 백록담으로 오르는 길이 이곳 성판악휴게소와 관음사길 등 2곳인데 험한 산행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이용하기 쉽게 경사가 완만한 곳이 성판악 코스다. 등산객들과 섞여 등산로로 들어서면 졸참나무와 때죽나무, 단풍나무 등으로 이뤄진 숲길을 걷게 된다.
또 숲길을 걷다 보면 가끔 노루와 토끼, 다람쥐 등 한라산의 본래 주인들이 나타나 여행객들과 눈인사를 하고는 한다.
1시간가량 걸었을 때 해발 1천m 지점에 위치한 삼나무 군락지와 맞닥뜨리게 된다. 하늘로 곧게 뻗은 시원한 삼나무가 푸른 잎을 드리우고 자태를 뽐내고 있는 모습은 상판악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다.
삼나무 군락지를 빠져 나오면 속밭대피소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아 사라오름과 백록담으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신비한 호수와 태고의 숲
사라오름 입구에서 전망대까지는 600m에 불과하다. 하지만 경사로가 있는 나무 계단을 올라야 하기에 배낭을 메고있는 등이 축축해질 정도로 땀이 흘렀다. 사라오름 입구에서 계단을 이용해 급한 경사로를 올라서면 동화책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호수가 눈을 시원하게 한다.
이 호수는 백록담을 제외하고 한라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산정호수다. 호수 주변에는 화산암이 여기저기 드러나 있고 그 곁으로 작은 나무들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호수 왼편으로는 폭이 1m 가량인 나무데크로 길이 놓여 있는데 반대편 전망대로 이어진다.
전망대로 올라서면 왼편에 한라산 자락이 길게 펼쳐져 있고 그 끝에 서귀포 바다가 맞닿아 있다. 서귀포까지 이어지는 풍경속에 작은 오름들이 푸른 숲 사이로 얼굴을 빠끔히 내밀며 이색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오른쪽에는 한라산 정상이 솟아있다.
사라오름의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모두가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지대의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맑은 날을 만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라오름으로 들어서 정상의 호수와 만나면 시원하게 펼쳐진 풍광을 즐기지 못하더라도 원시 호수의 풍광만으로도 2시간여동안 힘겹게 걸어온 보람이 있다.
사라오름에서 내려오면 고민에 빠진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 정상이 멀지않은 곳에 있어서다.
사라오름은 백록담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이용한다. 이곳을 다녀오는 사람마다 ‘등산을 하고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면 이곳은 백록담으로 오르는 길옆에 있다는 점과 해발 1500여m에 이르는 고지대에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등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한라산 주변을 걷는 둘레길에 가깝다. 정상에 등반하기 위해 조급해하기 보다는 아늑하고 포근한 숲길을 걷고, 숲속 호수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