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

/월아천에서/

[바람처럼] 2008. 8. 1. 09:41



월아천(月牙泉)에서


김 성 련


명사(鳴沙)는 월아(月牙)가 있어 눈부시고

월아(月牙)는 명사(鳴沙)가 있어 빛난다.

모래에 찍히는 발자욱은

돌아서면 쓸려 흔적도 없지만

월아(月牙)는 명사(鳴沙)에 싸여

오히려 천년을 맑게 출렁이고 있다.


천군만마가 부딪혀 싸우던 그 밤도

천축(天竺) 가던 혜초(慧超)가 고달피 찾았던 저녁도

비단 실은 대상(隊商)이 밤새워 도착한 그 아침도

월아(月牙)는 모두 새겨 간직한 채

천년을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성급한 나그네 피하려는 듯

우는 모래 언덕 너머에 꼭꼭 숨었다가

초승달인 듯 외씨인 듯 수줍은 신부인 듯

가만히 나타나는 월아(月牙)는

돈황(敦煌)의쪽빛 하늘 가득 담고

명사(鳴沙)의 모래 울음되새기며

오늘도 눈동자로 반짝이고 있다.


2008. 7. 23.


※ 중국 감숙성 돈황에는 ‘우는 모래’라는 뜻의 명사산(鳴沙山)과

그 안에 ‘초승달 샘’이란 뜻의 월아천(月牙泉)이 동거하고 있다.

<모래언덕에서 내려다 본 월아천의 초승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