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E

박꽃

[바람처럼] 2011. 9. 4. 23:17


박꽃이 피던 밤

강 봉 중

초가 지붕 위 박덩굴에

박꽃이 피어온지붕을 덮으면

여름밤은 고라니의소리로

서막을 알리었다

아버진 대나무 골무를 허리에 차고

무논의 김매기를 마감하고

뻘묻은얼굴에 눈은 부은 채

사립문을 들어섰다

우리 가족은 보리밥에 된장국의

저녁 식사를마치면

모깃불 연기 속으로 잠에 빠져 들고

어머니는 닳아 반만 남은 놋숟갈로

감자껍질을 벗기어 내일 아침밥에 넣을

거리를장만하였다

못다 채운 배가 아쉬움에 울어도

삼베 홑이불덮은

대나무 평상에서의 밤은 깊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