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 마당 가장자리에 조그만 꽃밭이 있었어

그 중에 키가 큰 노랑 꽃이 있었어

키가 얼마나 큰지 제 키를 감당 못해

항상 쓰러져 있었어

아니면 남을 의지해 서있었고,

쓰러져서도 항상 웃고 있었어

왜 늘 쓰러져 있을까

왠지 알아?

옥수수와 싸워서 졌기 때문이야

옥수수와 키다리꽃은 여름만 되면 다투었는데

늘 옥수수가 이기고 키다리꽃은 졌다는 거야.

그래서키가 자라면 옆으로 쓰러져서는

헤벌레 웃고 있는 거래.

표정만큼은 유지해야 한다고...

땅으로 엎어지든 옆으로 쓰러지든

키다리 꽃은 늘 웃고 살아.

그렇게 사는 것이 이기는 거라고.

힘들어도 괴로워도 받아들이고

뭐 괜찮다는 표정으로 늘 밝게 사는 거래.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 키다리 꽃처럼

졌지만 이기고 살고 싶어.

아파트 앞에키다리꽃을 보았는데

역시 쓰러져있더라고.

예나 지금이나 걔는 늘 그래 변함없이

내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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